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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Apr 25. 2019

주마간산 평화누리 ②

2길과 3길 사이,  '공사중'인 애기봉 오르는 길의 풀과 나무

경기도 김포 조강리 애기봉에 오르면 코앞에 북한 땅이 보인다.(평화누리길은 애기봉으로 난 이 길로 이어지지 않고, 아래쪽에서 돌아 2길로 진입하게 된다. 애기봉 등산로는 평화누리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강과 임진강이 모아져서 이곳 김포와 북한 사이로 난 물길이 서해로 나간다. 그러니까 이곳은 바다와 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말 많고 탈도 많은 NLL이 이 강 위 어딘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도 같다. 애기봉과 마주 보는 북한 땅은 모두 물길 쪽으로 튀어나와 더 지척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대부분이 군사지역이다. 해병대가 지키는 이곳은 오랫동안 그야말로 전운이 감돌던 그런 곳. 애기봉 등산은 그런 긴장의 강도만큼이나 색다른 느낌이 있다. 하물며 내려다보는 풍경이야 말해 무엇하랴. 2013년까지 매년 연말에마다 점등한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은 평양에서도 보였다고 한다. 군사적 긴장때문에 점등식은 사라졌다고 한다. 북한 청소년이 스마트 폰으로 방탄소년단 공연 영상을 공유하는 이런 세상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애기봉 오르는 길은 강 쪽인 조강리 방향과 가금리로 해서 앞쪽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조강2리는 과거에 전라, 충청의 곡식과 물류가 지나던 주요 포구였다. 강화도를 현재의 남북이 마주하던 좁은 물길로 들어와, 이후 임진강으로는 개성 또 한강으로는 한양으로 향했던 길 위의 포구. 앞으로 난 길이 정식 길이다. 하지만 정식 길로도 봉우리에 쉽게 오르진 못한다. 햐병대 병사가 당신을 막으리. 올해 말까지 공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민간인 출입을 통제한단다. 아, 애기봉을 찾아갔다면 헛걸음이다. 아쉽지만 조강리 물가로 이어지는 평화누리길 2길로 발길을 돌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어찌어찌 우연찮게 정상에 올라 보니 한참 공사 중이다. 김포시가 이 곳을 남북 대립과 냉전의 단절을 극복하고 협력과 평화가 가득한 관광코스로 만들 계획이란다파주처럼 접경지의 혜택을 십분 건지는 도시도 있는데, 김포시 입장에서도 뭐라도 하려는 욕심은 당연하다. 건물 여러 동의 기초공사가 진행돼 모양이 잡혔고,  큰 종도 하나 올려놨다. 아마 연말연시가 되면 종소리가 강 너머까지 울려 퍼지겠지. 그래도 그렇지. 이 꼭대기까지 이렇게 파헤쳐 놓는 게 맞을까 하는 맘도 없지 않다. 올해 말쯤 정리가 다 된 모습을 보면 또 달라질지 모르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평화생태공원이라니까 조금은 믿어볼까나..

애기봉 오르는 길은 험한 등산로는 아니어서 자동차까지 오를 수 있도록 잘 닦여있지만, 꽤 가팔랐다. 가파른 길가는 사월 셋째 주인데도, 초봄의 풍경. 인적 드문 등산로다 보니, 바로 눈앞에서 맞닥드린 고라니가 나보다 더 놀라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친다. 길가로 보이는 숲에는 왕벚나무 꽃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벚꽃이 피어나고, 연둣빛 잎들이 반짝이며 오르는 중. 금방 눈에 들어오는 참나무 종류와 벚나무 외에도 생강나무, 덜꿩나무, 올괴불나무, 산초나무, 으름덩굴도 보인다. 중간중간 분홍빛은 진달래요, 가지를 축축 늘어뜨린 수양벚나무(처진 올벚나무?) 군락도 발견했다. 하지만 숲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동선이 아니고, 눈은 자주 아래로 향하게 된다. 도시 인근의 산과 공원에서는 보기 힘든 여러 가지 풀 때문이다. 오이풀, 남산제비꽃, 덩굴별꽃, 고깔제비꽃, 배초향, 싱아, 좁쌀냉이, 참나리, 으아리, 맑은대쑥, 큰꽃으아리에다 원추리, 벼룩나물, 고비, 고사리, 산달래, 냉이, 산딸기 .... 먹을 것도 참 많다. 물론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지면, 제대로 남아나지는 못할 테지만~

남산제비꽃, 자주알록제비꽃
할미꽃, 좁쌀냉이
고깔제비꽃,
꿩의밥, 청사초
진달래, 음나무 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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