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곳을 버리고 미련 없이 떠났다.
전체적으로 둥근 모양인데, 높이 10cm 정도 지름이 7cm 정도, 위로 난 입구는 6cm 정도. 두 개를 발견했는데, 크기는 둘 다 비슷했다. 공원의 숲 속에서 이런저런 먹이를 가져와 먹였을 것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주로 곤충을 잡아먹는다고 하니까, 적어도 채식주의자는 아니었을 것이고. 그것과는 상관없이, 애지중지 새끼를 길렀으나 어쩌면 한 마리쯤은 이소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을 수도 있겠다.
새집은 공원 길가에 무성한 만첩빈도리 숲에 잘 숨겨두었다. 바로 곁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잘 볼 수 없다. 주의 깊게 살펴도 단번에 찾아지지 않는다. 한번 보고 다시 와서 찾는 데도 바보 같이 잘 안 보인다. 하지만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눈감고도 훤히 찾아들어 가는 보금자리였을 것이다.
안은 조그마한 새 한두 마리는 들어갈 수 있을 듯싶다. 새는 벌써 집을 버리고 떠난 듯, 새집 속에는 낙엽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새는 흔적도 없이 떠난다고 했겠지만, 그 아래 작은 깃털이 주인을 추측할 수 있게 했다. 떠나버린 새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그것은 보는 사람에게 더 미련 같은 무엇이다. 깃털처럼 가벼운 무엇이라도 마음속에서 항상 무게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있지 않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집은 다 비슷했다. 갈대 같은 가지 두 개를 지줏대로 삼아 지푸라기나 나뭇잎을 붙이고 쌓아 만들었다. 거미줄 같은 것이 있는 걸로 봐서는 그걸 접착제로 쓴 것 같다. 흔히 새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신의 침 같은 체액도 마감재로 사용했을 것이다. 자기 몸의 물리적인 무엇이 들어가야지 제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적어도 사용하는 동안에는 집은 몸이나 다름없다.
건축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만져보니 제법 단단하다. 한 번에 지푸라기 한 개를 물어와 짓는다면,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며칠이나 걸렸을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지푸라기 소재라 그런지 안에는 아직 따뜻한 기운이 스며있는 느낌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새끼들에게는 세상 단 하나의 보금자리였으며, 쉴만한 곳이었을 거다. 새는 새끼를 길러 내보내고, 살던 집 버리고 미련도 없이 겁도 없이 어디론가로 떠났다. 이 길에 봄비가 내린 후에 순결하고 새햐얀 만첩빈도리가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