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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Aug 24. 2022

김포한강 야생조류생태공원

새는 별로 찾지 못하고 다른 생각만 풍성했던 '공원의 발견'

한강 바로 옆으로  공원은 길쭉한 삼각형 모양이다. 아웃라인이 등이 평평하고 아래로 배만  나온 상어 모양 같기도 하다. 꼬리와 지느러미는 없다. 뾰족한 대가리 부분이 서쪽 전류리 방향으로 났다. 강을 따라 그대로 가면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서해로 향하는 이른바 접경지역이다. 1km 넘어 보이는 평평한  쪽이 자전거 길이자 한강과 접하고 있다.  자전거길이 전류리 포구 방향으로 이어진다. 그쪽은 평화누리길 3길로 김포둘레길과 거의 겹치게 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이정표, 어디서나 이렇게 이정표를 보는 일은 반갑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귀로에 서있다는 생각을 떨칠  없다. 자전거 길과 한강 사이로는 철책이 가로막혀있다.  건너 일산 쪽의 강변과 함께 이곳은 모두 군사지역이다. 지금처럼 경계가 느슨(?)해진  오래된 일이 아니다. 공중에서 내려다보고 간단히 말하자면, 일산  한강 습지와 마주한 이쪽 습지가 이곳 김포한강 야생조류생태공원이다

어제 비가 오고, 오늘은 바람이 꽤 좋다. 덕분에 팔월 하늘에 가을이 담겨 있다. 하지만 낮 기온은 더워, 공원 안쪽에서는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 이곳이 다 좋은데 해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왜 그런지 알만도 하다. 대신 한강 철책이 보이는 자전거 길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자전거 길 바로 안쪽으로 난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도 있다. 보기만 해도 발이 시원할 듯. 걸어보고 싶었지만 흙 묻히고 어떡하나 하며 참았는데, 가다 보니 발 씻는 곳이 나온다. 아! 다 계획이 있었구나, 다음에는 맨발로 한번 걸어보자. 공원 설명 영상에 따르면 이 맨발 길은 400m가 좀 넘는다.      

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영상정보관 건물에서 내려다보면 이곳이 일반적인 공원과 달리 조류생태공원이라는 특성에 충실하단 점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높은 수목을 많이 심지 않고, 강변 저지대의 초원과 습지를 최대한 야생과 닮게 가꾸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새를 보호해야 하므로 사람의 동선과 새들의 서식지가 너무 가깝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들은 공원의 주제를 잘 살린 특징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찾기에는 단조롭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가질 수 있는 상대적인 공간이 이처럼 넓은 공원도 잘 없다는 것은 참 좋은 ‘공원의 경험’이다.       

공원 외곽의 총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 걸어볼 작정이었으나, 한참 걷다 지겨워 참지 못하고 가운데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곳도 많고 나름 야생의 느낌도 좋다. 아마도 여름 한철 풀을 다듬지 않아 그런지도 모르겠다. 안쪽으로는 놀이터도 하나 있다. 아이들이 없는 한적한 놀이터 벤치에 앉아있어도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거나 하는 일은 없다. 놀이터의 놀이기구는 그저 하나의 추억 같은 낡은 구조물이다. 놀이터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수로 옆으로 풍차가  있다. 저것은 과연 바람에 돌아가기나 하는 걸까. 그렇지 않더라도 그림 같은 풍경만으로도 어느 정도 용서가  법하다.  

안쪽의 상당한 면적은 논이다. 논의 벼를 베고 나면 기러기들이 이곳에서 쉬고 먹이활동을 한다. 김포와 파주 지역은 사실 이곳 아니더라도 겨울철 논밭에 기러기들이 많다. 10월 말이면 벌써 월동하러 오는 기러기들이 대형을 맞춰 도심의 아파트 단지 위를 나르며 특유의 울음을 운다. 그러다 황량한 논밭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뭐 먹을 게 있다고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실제로 벼 벤 논바닥을 보면 쌀알이 생각보다 많다. 새들에게 겨울을 나는 식량이 된다. 이 지역이 한때는 재두루미도 날아들었던 곳이다. 과거의 영광(?)을 말하듯 공원 입구 주차장 부근에 재두루미 조형물이 서 있다.      


이곳이 원래가 습지였던 만큼 공원 안쪽에는 습지가 많다. 풀이 우거져 밟아보니 발이 쑥 들어가는 곳도 좀 있다. 지난주 많은 비가 내린 탓이겠다. 이런 곳마다 메뚜기들이 엄청나게 자리를 잡았다. 콩중이 같아 보이는 놈들이 발을 옮길 때마다 퍼드득 거리며 낮게 날아다닌다. 작은 호수도 여러 곳이고 물길도 나 있다. 부들이 밀생 하는 곳이 있어 곁으로 가 보니 그게 물길이다. 부들은 아직 딱딱하다. 이게 풀풀 날리는 씨앗이 될 때쯤 이곳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이 물은 한강에서 자연적으로 들어오는 것인지 일산 호수공원처럼 밖에서 끌어다 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위로 오리도 다니고 가끔 백로도 보였다. 작은 천변에도 백로가 많은 곳은 대여섯 마리씩 머물기도 하는데, 오늘 이곳에서 두어 시간 동안   마리 봤다.  종의  마리가 나무 데크에 앉아있는  발견하고 살금살금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있다가 훌쩍 날았다. 기다릴 것만 같았는데, 무심하게 가버린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아무튼 여름 대낮에   있는 새라곤  정도였는데, 조류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하지만 새벽녘에는 많은 종류를   있을 수도 있을 거다. 지나가다     가지고 뭐라 판단할 수는 없다. 새를 찾는 사람들 옆에서 나도  찾는 흉내를 내며  한참을 기다려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다.    

안쪽 물 위로는 나무 데크가 잘 마련되어 있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커다란 파라솔을 만들어 놓았다. 9월에는 이 그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멍을 때려도 좋겠다. 따끈하고 진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거다. 이런저런 생각이 하염없이 그리고 두서없이 키워내는 영양분이 될 거다. 커피는, 공원 입구 도로 건너에 카페가 두세 개 있다. 브랜드 커피도 하나 있지만, 하필 내가 별로로 여기는 거여서 비추다. 커피를 좋지만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을 슬그머니 수풀 사이에 잘 안 보이도록 처박아 두고 가는 사람이 있다. 양심도 그 사이에 처박힌다. 이 넘아.  

    

벚나무산책길, 황톳길, 참나무류숲, 송송숲, 생태습지원, 낱알들녁, 미세먼지필터숲. 눈치챘겠지만 이건 공원 내부를 구분 지어 붙인 이름들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야외식물원이나 수목원처럼 뚜렷하게 기억될 만큼 특징적이거나 하지는 않다. 이런 이름과 위치에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길을 따라 걷는다. 걷다 보면 만날 수도 있고,  수도 있고, 정리할 수도 있겠지. 그게 뭐든.


이곳을 처음 오는 경우에는 ‘영상정보관’이 있는 12 게이트 쪽으로 오는 것을 추천한다. 주차장은 무료고 평일이라면 파킹도 넉넉하다. 영상정보관 2층 쾌적한 실내에서 전체 공원의 구조를 알려주는 영상도 볼 수 있고, 공원 해설사의 설명을 기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참 좋다. 제주도 어디의 카페라고 해도 좋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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