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신혼의 맛
“사랑하오. 사랑하고 있었소” 핫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고애신(김태리)`의 대사 중 한 구절이다. 사랑은 한 사람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동물에 대한 사랑 등 참으로 다양하다. 지구상의 수많은 사랑이 온 우주를 넘나들고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카페 탐방은 ‘카페를 사랑하는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나라`다. 파주로 가는 길, 구름이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듯 부드러운 솜털로 내 뒤를 계속 따라온다. 곱디고운 하늘과 함께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 같다. 서서히 익어가는 가을 들녘은 풍요로운 시작을 예견하듯 신혼집 같은 카페로 인도한다. 차 창 밖으로 내민 손은 가을바람과 악수를 하고, 달리는 차의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차가 어느새 심학산 카페에 다다른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진을 보며 느꼈던 신혼집 달콤한 거실로의 초대, 그 느낌 그대로였다. 밀크티와 자몽 케이크를 주문했다. 어떤 자리가 좋을까 고민하다 편안한 소파가 있는 곳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방금 보았던 구름이 올려진 듯 부드러운 밀크티 맛은 먹는 내내 부드러웠고, 탱글탱글 톡 터지는 자몽 케이크는 과일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밀크티를 마시며 카페를 둘러보았다.
평일임에도 점심 이후의 시간은 동네 사랑방인 듯 30대 이상의 여인들로 가득했다. 친구와 함께 온 이, 엄마와 함께 온 이, 선후배 사이, 나 처럼 화창한 가을을 즐기는 이들의 얼굴은 환해 보였다. 화이트톤의 카페 분위기에 따듯한 조명, 각기 다른 듯 비슷한 느낌의 테이블과 의자, 테이블의 스탠드 역시 여자 감성, 신혼의 감성을 불러온다.
차를 마시고, 자몽 케이크를 먹은 후, 조용히 카운터로 가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었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 하는 도중에도 손님들이 들어와 주문하거나 계산을 할 때는 종종 대화는 끊어졌고, 또다시 이곳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카페를 시작하게 된지는 14년 정도 흘렀다. 일산시에서 시작해 이곳으로 온 것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14년 전 커피가 좋아, 카페가 좋아 첫발을 내디뎠고, 전문 교육기관이 없어 직접 발로 뛰며, 배우고, 익히며, 독학으로 커피를 배우고, 카페 운영도 익혔다. 14년이라는 시간을 돌이켜 보면 1년 365일 중 365 일이 늘 카페에 있었다. 젊은 날 오롯이 카페와 함께하다 보니, 40대인 지금 카페를 떠난 삶을 상상할 수도 없다.
신선하고 건강한 디저트를 만들어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 지친 허리가 곧게 펴지고, 힘을 얻는다. 그런 하루하루가 지나고, 1년이 지나, 지금은 14년이 흘렀으니, 카페는 일터이자 삶의 공간이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좋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이곳에 새롭게 `카페나라2`를 시작하고 인테리어와 카페 레시피를 직접 개발할 때도 부부는 늘 함께였다고 한다. 인테리어 출신의 남편과 스튜어디스 출신의 아내가 운영하는 곳인 만큼 카페 곳곳에서 뛰어난 미적 감각과 세심한 서비스가 돋보였다. 함께여서 늘 좋은 것만 아닐진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에게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고 부부는 행복해 보였다.
카페나라 `윤대선`씨는 왜 카페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커피를 좋아했고, 특히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아늑한 공간을 제공하는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곳이 카페라서. 지친 일상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 차 한잔, 맛있는 수제 케이크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카페에서 서로 위로하며, 더 나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카페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직접 로스팅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좋은 원두를 선별해 맛있는 커피를 내린다. 매주 월요일 정기 휴일이 있지만, 그 시간도 카페 레시피 개발과 카페에 관련된 일들로 늘 분주하다고, 남들이 생각하는 휴가,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도시 외곽에 있어 바리스타를 구하는 것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것도 소상공인에게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부부의 일상은 늘 카페를 시작으로 카페로 마무리된다.
`윤대선`사장은 말한다. 무분별한 창업과 너무 쉽게 접근하는 요식업. 카페 창업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 조차도 왜 하는지 명확하지도 않으면서 문을 연다. 단순히 커피가 좋아 카페를 오픈 하는 사람은 불과 2~4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을 한다. 그 카페는 또 다른 창업자가 임대하게 되고, 그들은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성은 임대료 상승의 요인이 된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달려온 소상공인들의 발목을 잡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카페를 사랑하는 운영자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다. “지금 이 카페도 2년이면 운명의 그 날이 온다. 이곳에서 계속 카페를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나가야 할지? 연장기간이 돌아오면 초조하게 그 심판의 시간을 기다리며, 또 다른 장소를 알아봐야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고. 이곳에서 계속 할 수 있기를, 설사 이곳이 아니어도 카페나라를 계속 하고 싶다고, 지속할 것이라.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와 행복을 먹고, 행복의 여운을 안고, 저 문을 나가며 미소지을 때, 서로를 다독여주듯 잠깐 힐링이 되어도 좋다고.”
길고양이와 갈 곳 없는 강아지에게도 달콤한 휴식처가 되어 주는 곳,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은카페를 넘어 사람으로, 사람에게서 동물로, 동물에서 자연으로, 다시 다져진 사랑은 웬만한 기류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쉬는 날이 없어 힘들지만 지금이 좋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카페가 더 좋다. 카페에 머무는 사람이 그들의 행복 바이러스가 된다.”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어딘가에서 사랑을 전파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가을이다.
쉬이 사랑하지도, 쉬이 포기하지도, 쉬이 결론을 내리지도 못하는 그 묘한 `사랑`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