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친구 H는 어느 날 보니 내 곁에 자연스레 자리 잡은 친구였다.
지금은 유일하게 남은 동네 친구다.
어릴 적 H의 꿈은 ‘사육사’였다.
시골에서 그런 꿈을 꾸는 아이는 드물었지만,
H는 결국 그 꿈을 이루어 동물원의 사육사가 되었다.
참 대단하고 멋진 친구였다.
하지만 몇 해 뒤, H는 그 꿈을 내려놓고 결혼을 선택했다.
“아기가 생겼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축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행복하길 바랐다.
결혼 후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몇 년이 지나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연락이 왔다.
“본가로 돌아왔어.”
그렇게 다시 만난 H는
힘겨웠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고향에 돌아온 지 몇 해 후, 결국 이혼을 했다.
지금의 H는 묵묵히 자기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
우리는 자주 만나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서로의 일상을 나눈다.
어느 날 커피를 마시며 H가 웃으며 말했다.
“나이에 맞게 살지 않으면 불효녀래.
나는 이혼했고, 넌 결혼을 안 했으니까.”
그 말에 순간 머리를 ‘댕’ 하고 맞은 듯했다.
나는 괜찮지만, 우리 부모님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실까.
“왜 딸을 아직 결혼 안 시키냐”는 말들을
가볍게 넘기지 못하셨을지도 모른다.
‘나이에 맞는 삶’이란 게 과연 있을까.
누군가는 결혼으로, 누군가는 이혼으로,
또 누군가는 홀로서기로 각자의 길을 살아갈 뿐이다.
나는 그저 내 자리에서,
오늘을 잘 살아내려 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여전히 불효녀로 보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나답게 살아보려 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