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만큼 멀어진 집

철들기 싫은 어른이

by 망청이

어릴 적 나의 엄마는 알뜰과 절약이 몸에 밴 분이었다.
야채와 과일은 직접 길러 먹었고, 외식은 1년에 손꼽을 정도였다.
가끔은 집에서 머리도 잘라주셨고, 파마도 해주셨다.
옷도 손으로 떠서 입혔고, 해진 옷은 미싱 솜씨로 새 옷처럼 고쳐주셨다.


그런 엄마는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내가 꼭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 있으면 백화점으로 데려가 주셨다.

단 하나, 그 시절 유행하던 브랜드의 물건을 사주셨다.
그걸 사는 순간 아주 오랫동안 그것만 입거나 들고 다녀야 했기에,

백화점에 가면 서너 시간을 고민한 끝에 하나를 겨우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늘 불만이었다.
친구들은 방학이 끝나면 그 시절 유행 아이템을 하나씩 들고 나타났다.
그건 사실 사소하고 작은 용돈으로도 살 수 있는 물건들이었지만, 나에겐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왜 엄마는 저런 것도 안 사주실까.”
그 불만은 내 안에 작은 결핍으로 남았다.


성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그 결핍은 소비로 바뀌었다.
부모님과 살 땐 눈치 보며 하나씩 사던 물건들을, 독립 후에는 거리낌 없이 주문했다.
인터넷 쇼핑이 늘어나면서 택배기사님은 매일같이 박스를 들고 우리 집에 왔다.


친구들은 나를 “흥청망청”이라고 불렀다.
어떤 친구는 “넌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싶어서 문제야. 그래도 차랑 집엔 욕심 없는 게 다행이지”라며 웃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지금 행복하면 됐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거야.”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시절 상상했던 모습과는 다르다.

억대 자산을 모으고, 내 이름의 신축 아파트에서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살 줄 알았다.
최화정 언니처럼 당당하고 여유롭게 살 줄 알았지만, 현실은 제대로 된 재산 하나 없는 노처녀다.
이런 현실을 맞게 될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내 통장 잔고는 여유롭지 않고, 내 집은커녕 뚜렷한 재산도 없다.
택배 상자가 쌓일수록 잠깐은 행복했지만, 남은 건 고작 카드값이었다.
내가 꿈꾸던 삶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또 하나의 택배를 기다린다.

곧 도착할 상자를 떠올리며 오늘 하루의 피곤을 잊고, 잠깐의 즐거움에 기대어 웃는다.


언젠가는 지금의 소비를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내 현실이고, 아직은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