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블록 제작기 -2-
처음엔 트럼프 카드 크기로 만들었다. 작고 가벼운 디자인은 휴대성 면에서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것보다는 카드에 대한 고정관념이 그 사이즈를 선택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우리가 보드게임이라면, 이렇게 생겨야지! 라고 정의하는 이른바 '부루마블 증후군'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무색하게 말이다.
우리의 첫 결과물이었다. 수상을 하기 전이라 의문은 많은 상황이었지만 호기롭게 PLAY X4에 참여해서 이 게임을 시연해보았다.
아... 플레이는 즐거웠으나, 글씨가 보이질 않았다.
설명이 있는 게임이니, 카드의 텍스트를 어디서든 바로 읽을 수 있어야 했는데, 이 크기로는 의미가 없었다.
실패를 인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결정을 내렸다. 크기를 키우자. 문제는 단순히 크기를 키우는 게 아니었다. 이미 제작된 제품들은 손해였다. 인쇄 비용, 포장 디자인, 심지어 배포 계획까지 모두 다시 설계해야 했다. 손익 계산서를 들여다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이대로 멈출 순 없었다.
변경된 스트레스 블록은 드디어 손에 감기는 만족감을 주었다. 사용자들의 반응도 확연히 달라졌다. 금전적 손실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고 있었다.
스트레스 블록은 우리가 '성과'라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해준 프로젝트였다. 그것은 단순히 판매나 숫자로 설명되는 성공이 아니었다. 우리 스스로가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자부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작은 자신감. 이 경험은 이후의 모든 도전을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그 작은 성공이 어떻게 우리를 바꾸었는지, 팀원들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다음엔 뭘 해볼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모두가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깨달았다. '성과'라는 것은 언제나 결과물의 크기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배움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작은 자신감이 더 큰 도전으로 이어졌다. 스트레스 블록 프로젝트 이후, 우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의 게이미피케이션 지원사업에 도전했다. 거대한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 전에 배운 교훈이 우리를 지탱해주었다. 준비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나머지는 상대의 실수와 운에 맡기는 것. 우리는 그렇게 최선을 다했다.
결국 우리는 해냈다. 지원사업 선정 발표가 나던 날, 세상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 였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우리도 할 수 있구나." 그날의 감정은 단순히 기쁨만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트럼프 카드 크기의 작고 부족했던 첫 시도가 여기까지 데려다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진리를 배웠다. 성과는 단순히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 성과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얼마나 간절히 준비했는가를 증명하는 과정 자체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창업을 했는데..?
보드게임도 게임이지만 그것보다 더 하고 싶은, 우리가 즐기는 디지털 게임 말이다.
도전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정부지원사업부터 도전해보자.
Fin
01. 스타트업이 망했다.
02. "창업"은 왜 흔하디 흔한 단어가 되었나?
03. 창업 아이템을 정하는 방법
04. 팀빌딩(1) : 진정한 창업의 시작
05. 팀빌딩(2) : 팀원이 스타트업을 발전시키는 과정 -1-
06. 팀빌딩(3) : 팀원이 스타트업을 발전시키는 과정 -2-
07. 결과는 성과로 이어진. : 스트레스 블록 제작기 -1-
08. 결과가 곧 성과가 된 : 스트레스 블록 제작기 -2-
next
09. 쥐뿔도 없어서 정부지원사업이 꼭 필요합니다.
10. 정부지원사업? : 생각보다 잘 했던 문서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