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임박사 Sep 13. 2021

03. 창업 아이템을 정하는 방법

- 무슨 마음을 먹고 창업을 준비해야 할까-

 이어령 선생님 말씀처럼 우리는 어금니 문화다. 다 먹는다. 나이도 한 살 먹는다. 겁도 먹고 애도 먹는다. 식사 한 끼를 같이 먹어야 만남이고, 돈을 버는 이유도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이다. 무언가 큰 결심을 할 때도 마음을 먹어야 한다. 창업이라는 결정은 삶에서 손꼽을 만한 큰 결정이다. 그 크기만큼 단단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무턱대고 긍정적인 마음만을 먹고 도전하는 것은 나와 우리 가족의 생계를 운에 맡기는 것과 같다. 마음도 신중하게 먹어야 한다.


 노동의 가치가 한없이 높았던 시절의 교육은 노동자를 길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모든 교육이 창의보다 근면과 성실을 강조했다. 돈은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번 것을 성실히 아껴서 모으는 걸 더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건실한 노동자가 위정자에게는 더욱 소중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 충실함의 대가로 일평생 모은 퇴직금과 연금, 회사 동료라는 좋은 노년의 선물이 남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남들은 다 이렇게 살아'의 표본 같은 것이랄까. 물론 그게 그만큼 좋으니 권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근로소득의 단단함과 가치가 물러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이상 '표본'의 안전장치가 없기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노력은 노동자의 근면과 성실이 아니라, 돈을 더욱 잘 벌기 위한 노력이다. 누구는 마케팅이라 하고, 약싹 빠른 대처일 수도 있고 시장 판단력이라고도 또 운이라고도 한다. 돈을 잘 버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심지어 어디 가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 돈을 잘 버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은 내가 가지지 못한 선험적 지식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 사람 같다. 그 재능이 없다면 창업을 하면 안 되는 걸까. 그렇지만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돈을 벌어야만 한다. 그러니 더욱 신중해야만 한다. 게을러도 잘 먹고 잘 사는 게 세상이니까.   

  

 창업을 함에 있어서 신중하게 먹어야 할 마음가짐 중 첫 번째. 가장 중요한 것이다. 바로 내가 가진 경험이 무엇인지 최대한 기억해 내는 것이다.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나의 생애를 정리해봐야 한다. 그 시간 동안 내 감정은 어땠는지도 정리해봐야 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경험치를 동원해서 시작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창업이다. 생각난 아이템이 좋아서, 옆에 친구가 하자고 해서 무턱대고 시작해봤자 남는 것은 경험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잘했던 일을 먼저 찾아야 한다. 취미와 특기를 발견하는 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내가 '표본'이 아니라면 반드시 찾아야 할 일이다. 

 

 나는 가르치는 것이 좋았다. 아니 내가 그것을 좋아했었다는 것을 갓 전역한 나이에 깨달았다. 소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직업을 찾자니,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 제한적인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직과 업을 구분해서 바라보게 되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주었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내가 28살이던 해에 박사학위에 도전을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 열 돌아오는 대답은 "교수하려고?"였다. 박사=교수였던 시절이 꽤 길긴 했지만, 물론 당시의 나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기도 했지만 매우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다면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런데 왜 다들 그리 물어보는 것이지? 내가 원하는 것은 가르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일, 즉 업을 위한 자격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의 질문은 어떤 자리를 원하는가? 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내가 열심히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업이라면, 직은 그 노력을 누군가가 인정해줘서 타의에 의해 얻게 되는 자리이다. 이 단어가 처음 나왔을 시절에는 그 둘이 대부분 일치했겠지만 지금은 업보다는 직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나는 타의에 의해 내 운명이 결정되는 것(교수직)에 많은 것을 걸지 않았다. 대신 나의 노력에 의해 발전할 수 있는 것(교육업)에 더 초점을 두고 최선을 다 했다. 나는 여기서 창업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조금이나마 깨달았다고 본다.

 

 창업이란 단어는 정확하게 대표라는 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경험을 정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고민해도 창업이라면, 먼저 내가 만들고자 하는 업이 무엇인지 나의 삶을 곱씹어서 꺼내봐야 한다. 


 돈이 될까? 는 마음을 먹고 난 나중의 고민이다. 이미 우리의 대부분은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까지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사람들은 돈 버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고 할 거다.) 물고기 키우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는 것을 찾았다면 거기서 멈추자. 요리하는 게 사실 매우 즐거웠다면 거기서도 멈추자. 내가 진짜 특별한 인싸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고 해도 거기서 멈추는 거다. 우선 내가 아무리 시간을 써도 즐거운 일을 찾았다면 그 생각만 해보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이템에서 출발하는 창업은 정말 천에 만에 한 명 정도 가지고 있는 끈기와 인내를 가진 사람에게 운이 적절히 작동을 해야만 궤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내가 즐거워야 전문성을 함양하기에 좋다. 그때야 말로 좋은 자리에서 업을 여는 것을 시작할 수 있다. 그게 창업을 시작할 때 먹어야 하는 마음인 거다.


 만일 그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내 경험을 업으로 전환했다면, 이제 그 업을 돈이라는 결과로 만들어야만 한다. 나는 가르치는 것이 좋았다. 그렇지만 창업은 게임을 만드는 일로 시작했다. 게임을 누구보다 좋아했고 전문성도 있었다. 가르치는 일은 내 삶이 쌓이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삶에 또 다른 축이었던 게임으로 창업을 했다. 물론 가르치는 것을 돈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도 끊임없이 실행했다.


 사실 위 이야기는 표면적인 것이고, 선택의 이유는 단순했다. 만족감 말고, 돈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기에 더 좋은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럼 창업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리고 그 마음이 어떤 즐거움인지 알았다면 그걸 돈이라는 결과로 바꿔야 한다. 


창업 아이템은 결국 명확한 수익성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고 스스로 가장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주제를 잡는 것이다. 수익성은 그 이후에 생각하자. 


수익성을 떠올리기 전에 해야할 일이 무지하게 많다..! 





Fin

01. 스타트업이 망했다.

02. "창업"은 왜 흔하디 흔한 단어가 되었나?

03. 창업 아이템을 정하는 방법


next

04. 팀빌딩 : 진정한 창업의 시작 


매거진의 이전글 02. 아무리 고민해도 “창업”이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