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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가좋다 Aug 14. 2019

세계여행에서 돌아온 여행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

여행 2막. 우리는 인생을 여행 할거야.



한국에 돌아가면 뭐 하고 싶어?



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



학교?



응. 일반적인 학교 말고. 성인들을 위한 학교랄까.



성인들을 위한?



학교에 오면 모두가 선생님이 되는 거야.

1교시는 영어 원어민의 영어교실

2교시는 작가와 함께 쓰는 글쓰기 교실

3교시는 영상 제작자의 Vlog교실

4교시는 농부의 텃밭 만들기 교실

5교시는 여행자의 여행 이야기 교실

6교시는 싱어송라이터의 노래 만들기 교실 등등



자신의 전공을 나누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거지. 수업은 무한정해.



일종의.. 커뮤니티 스쿨 같은데?



그래 맞아 커뮤니티.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거야. 선생과 학생은 구분이 없어. 그 이야기들을 콘텐츠로 재생산할 수도 있는 거지. 생각만 해도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재밌겠다. 나는 무얼 나눌 수가 있을까?



꼭 나누지 않아도 괜찮아.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같이 즐기는 거야. why not?



그러려면.. 조용한 시골이 좋겠다. 공기도 좋고. 우린 도시보다 자연을 좋아하잖아.



맞아. 지방의 폐교나 큰 부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돈도 꽤 필요하겠네. 그렇지만 하게 되면 정말 신날 것 같아.








가끔 키만은  이루기 힘든 거창한 목표를 내일 당장 할 것처럼 말할 때가 있다. 처음에 나는 그런 화법이 불편했다. 지키지도 못할 말을 함으로써 나 자신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동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꿈에 대한 이야기. 누구나 꿈을 꿀 수 있지만 누구나 그 꿈을 이룰 수는 없다.



꿈은 뭘까. 정말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세계여행을 하면서 '꿈'이라는 주제에 대해 정말 많이 토론했다. 여행자는 남는 게 시간이다 보니 여행 중 대부분의 시간은 우리 둘의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할애했다.

(당시에는 서로를 이해 못하는 답답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많은 이야기들이 모여 우리를 한 단계 성장시켜준 것 같다.)



동호주 캠핑트립 중. 캠핑에서는 대화 밖에 할 게 없다



키만은 '누구나 꿈이 있고, 그 꿈을 찾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나는 '누군가는 평범한 것이 꿈이고, 꿈이 없는 삶도 존재한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고 그것들을 계속 이루어가며 성장한 키만과 달리 나는 주어진 상황에 맞춰 눈 앞의 것들을 처리해 나갔었다. 그렇게 대학교를 가고 그렇게 취업을 했다.  



키만은 어릴 때부터 여행을 즐길 줄 알았으며 세계여행은 그녀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나의 세계여행 계획은 도피성이었다. 어쨌든 세계여행이라는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우리는 같이 떠나게 되었다.



인도 함피. 노프라블럼의 나라 인도.



수많은 토론 속에 나온 결론.
'세상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찰리 채플린-



나는 이제 키만의 이야기들이 이루지 못할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키만 또한 평범한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다. 꿈이 없다고 모자랄 것이 없으며 꿈이 있다고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 혹은 행복 같은 감정들을 타인을 통해 알아가려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얼해야 하는지까지 말이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 찰스 다윈의 진화론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와 독립서점과 출판사를 만들기로 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진짜 사람의 이야기. 내면에 있는 그들 자신만의 스토리말이다. 세상을 떠돌아야 여행인가. 우리의 인생도 여행이다. 집 근처 동네를 산책하는 것도 여행이며 내 마음속을 들여다 보는 것도 여행이다.



우리의 첫 여행지가 지구였다면 두번째는 바로 책 속이다. 그들과 같이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을 즐겁게 여행하는 법을 공유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학교도 만들 수 있겠지.




조지아 트빌리시. Lake Lisi의 선셋.



 우리를 성장시킨 건 여행에서 얻은 새로운 경험도. 낯선 인연과의 교류도 아니었다.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대화와 소통. 그게 핵심이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키워준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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