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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가좋다 Apr 17. 2020

님아 그 천장을 열지 마오.

누가 감히 천장을 열어보았는가.


이 공간은 우리가 계약하기 전 렌터카 사무실로 이용되었고, 애초에 사무실로 사용을 하려고 만들었는지 석고보드로 천장을 마감하고 일반적인 사무실 형광등이 8개나 있었다. 일일이 구멍을 메꾸느니 차라리 천장의 석고보드를 모두 떼어내고 요즘 유행하는 노출 구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why not?


그래? 그럼 석고보드를 떼지 뭐. 그렇게 사다리를 놓고 형광들을 떼고 천정 안 쪽을 확인했다. 


잠깐만. 이거 안 되겠는데?


석고보드 안 쪽은 가관이었다. 그때 건물주(님)가 자랑스럽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여기 공사를 내가 직접 체크하면서 일일이 계약하고 진행했어. 요즘 건설업자들이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음. 그래. 직접 총괄해서 진행했단 말이지? 그래서 자재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돈이 드니까 천장에 박아놓았구나? 이런 발칙한 건물주(님) 같으니라고.


형광등을 떼어내고 본 건물의 민낯은 이게 바로 날공사로구나. 전기배선도 그야말로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천장을 메꾸고 떼어낸 형광등도 그대로 천장에 같이 넣어두기로 했다. 혹시 원상 복귀해놓으라고 할 수도 있잖아?





천장 공사와 더불어 어느 곳에 등을 설치할지 정확한 위치를 정해야 했다. 다행히 전기 전문가인 친구의 도움이 컸다. 전문가를 따로 섭외해서 진행하려던 전기 공사는 현장의 짬밥이 쌓인 친구가 도맡아 주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전기뿐만 아니라 페인트, 타일 시공, 바닥, 뒷마당 등을 작업할 때 도와준 지인들과 부모님에게 너무나도 감사했다. 






빈 구멍이 숭숭 뚫린 형광등의 빈자리 사이즈를 측정해 석고보드를 잘라 붙이고 망사 테이프를 이용해 이음새를 매웠다. 석고보드를 붙일 때는 미리 각목을 대서 드릴을 이용해 각목과 석고보드에 나사를 박았다. 망사 테이프를 붙이는 이유는 이음새에 핸디코트를 바를 때 접착이 자연스러워지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밤 늦게까지 석고보드를 이어 붙이고 다음 날 핸디코트 작업을 마무리 했다.



하루 종일 천장에 매달려 석고보드를 잘라 메우고, 망사 테이프를 붙인 다음에 핸디코트로 마무리까지 했다. 이 작업의 맹점은 목이 부러질 것 같다는 것이었다. 유튜브에서는 핸디코트를 바를 때 얇게 두어 번 나누어 펴 바르고 사포를 이용해 거친 표면을 갈아서 천장과 이어 붙인 석고보드가 자연스러워지도록 하라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목이 너무 아파서 핸디코트를 한 번 떡칠하고 사포질은 거의 안 했다. 덕분에 조금 울퉁불퉁한 마무리가 되었지만 내 소중한 목을 지켰다는 점에서 천장 공사는 그리 나쁘지 않게 끝마쳤다고 자위해본다.


낮부터 이어진 작업은 항상 새벽 2시가 되어야 마무리되었다. 어떤 날에는 자재를 사러 가느라 낮시간 대부분을 소진하기도 했다. 계획가 순서는 매일 바뀌지만 어쨌든 공간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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