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자는 늘 불안하다
요즘같이 날씨가 좋을 때면 파아란 하늘을 보고 기분이 좋다가도 금방 울쩍해지기도 한다.
어쩌다 희박한 확률로 맑은 날과 휴일이 겹치는 날이라도 오면 가슴이 뛸 정도로 불안하기까지 하다.
날씨가 좋으면 뭔가 멋진 날을 보내야할 것 같은 기분 때문이다.
금요일 밤을 아무런 계획도 없이 잠들었다가 다음 날 날씨가 화창한 토요일 아침을 맞이하게 되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차라리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미세먼지가 지독하게 많이 껴서 한 발짝도 나가기 싫은 날에는 차타고 마트 가서 장이라도 보고 와서는, 티비 틀어 놓고 커피 한 잔 호로록 하면서 집에서 쉬기라도 하면, 아, 오늘 참 알차게 잘 쉬었다, 하고 두 발 뻗고 잠들 수 있을텐데.
일주일치 스트레스를 모두 끌어안고 침대에 누운 금요일 밤, 내일은 나도 인스타 핫플 다녀와서 인싸들처럼 스토리 하나 꼭 올리고 말거야, 라고 되뇌이지만 주제넘은 욕망에 비해 의지는 한없이 약하기만 하다 - 결국 눈 떠 보면 해는 중천에 떠 있고 바깥 하늘은 애석하게 파아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