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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Oct 17. 2023

보조바퀴를 떼고 달리는 쌍둥이

2023.10.17

역시나 둥이들은 아빠보다 낫다.

2020년 봄에 자전거를 샀으니 3년 넘게 보조바퀴를 달고 다닌 셈인데 겁이 많은 아빠는 쌍둥이도 그럴 것이라 생각해 아직 보조바퀴를 떼주지 않았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휴무인 금요일에 아빠와 엄마는 동네 순대국 맛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 옆에는 인상 좋은 어르신이 하는 작은 자전거포가 있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점포 문이 열린 것을 보고 찾아가 물었다. 보조바퀴를 떼고 받침대를 달려면 얼마나 들까요. 어르신이 대답했다. "받침대가 1만5000원이니 1만5000원이지. 바퀴 떼는 거야 그냥 떼면 되고"

바로 결심했다. 둥이들이 태권도를 하고 오면 자전거를 몰고 와서 바로 결행해 버리기로. 

태권도를 다녀온 둥이들에게 물었다. 아니 통보했다. 보조바퀴를 떼자고. 1학년 중에 보조바퀴를 달고 다니는 어린이는 너희밖에 없을것이라고. 유준이는 선뜻 떼겠다고 답했다. 역시나 우재는 "달고 다니는 1학년이 우리 말고도 더 있다"고 반항했지만, 엄마아빠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자전거를 바로 끌고 나가서 보조바퀴를 떼고 받침대를 붙이는 작업을 구경하고 길건너에 있는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갔다. 역시나 쉽지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겁을 내지도 않았다. 물어보니 보조바퀴를 달고 달릴 때보다 훨씬 빠르고 재밌단다.


토요일에는 비가 내려 자전거를 못타나 싶었는데 오후에 해가 나왔다. 바로 끌고 나가서 또 연습. 안장을 낮춰서 발이 땅에 닿게 해줬더니 곧잘 탄다. 처음에는 엄마아빠에게 잡아달라고 하더니 혼자 출발해서 10여m를 쓰러지지 않고 간다. 역시나 재밌단다. 


둥이들은 아빠처럼 겁쟁이가 아니었다. 조금만 도와주면 얼마든지 앞으로 씽씽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청출어람 어린이들이다. 이제 우리집에서 수영 못하는 사람도 아빠 혼자, 자전거 잘 못타는 사람도 아빠 혼자다. 다. 

곧 더 큰 자전가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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