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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Oct 23. 2023

지치지 않는 쌍둥이

2023.10.23

일요일 아침내내 늦잠을 잔 아빠는 일어나자마자 어디로 갈 지 고민했다. 

유준이는 자연을 즐기면서 야구도 할 수 있는 월드컵공원을, 우재는 서점을 가고 싶어했다. 

아빠는 둘 다 마뜩치 않았다. 월드컵공원은 집에서 가깝지만, 많이 가본 곳이라 새로운 곳이 궁금했다. 집에서 조금 멀지만 예전에 엄마와 함께 가본 서울숲 공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쌍둥이는 시큰둥.

아빠는 최근 서울숲 공원에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검색하던 중 쌍둥이들이 혹할만한 아이템을 찾아냈다. 바로 '꽃사슴과 고라니'를 볼 수 있다는 것. 공원 한쪽이 아예 방사장으로 되어있고, 그 위로 보행교를 만들어 위에서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유준이는 우선 오케이, 다만 야구도 해야 한다고 해서 '캐치볼'로 타협을 한 뒤 글러브와 공을 아빠 배낭에 넣었다. 우재도 서울숲에서 놀다 집에 오는 길에 서점에 가기로 약속하고 오케이. 


지하철을 갈아타고 간 서울숲은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중간에 나비정원과 작은 식물원도 있어서 둥이들은 더 신이 났다. '오늘은 연구원'으로 컨셉을 잡은 듯한 우재는 계속 종이와 볼펜을 들고 다니며 무언가를 적었다. 나비정원에서는 애벌레가 몇마린이지 다 세어본 뒤 기록했고, 곤충표본과 물고기 등등도 다 적었다. 꽃사슴 수도 다 세었다. 

유준이도 꽃사슴을 보자마자 뛰어다녔다. "여기도 있네. 저기도 있네. 집안에도 있네" 외치며.

중간에 간식도 먹어가며 신나게 놀고 집에 가려는데 유준이가 말했다. "야구해야 해" 그래서 넓은 잔디밭에서 잠시 캐치볼. 우재는 그동안 종이접기. 

서울숲에 와보니 신당동이 가깝다. 그렇다면 떡볶이를 먹으러 가야지. 예전에 둥이와 왔을 때는 줄이 길어서 다른 곳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원조라는 마복림 할머니 가게에 줄을 서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줄이 빨리 줄었고, '순한 맛'을 선택한 덕분에 둥이들도 잘먹었다. 

그리고 집에 가려는데...아직 하나 남았다. 바로 서점. 집에 가는 길에는 큰 서점이 없어 시청역에서 내려 교보문고를 향했다. 가자마자 살 책을 하나씩 고르고, 좋아하는 김영진 작가의 책은 앉아서 다 읽어버린 뒤 드디어 집으로.... 

한밤중에 돌아와 샤워를 시키니 사온 책을 봐야겠다며 시간을 달란다. 그래서 잠든 시간이 11시. 엄빠는 기진맥진인데 둥이들은 체력이 남았나보다. 서울숲-신당동 떡볶이 골목-교보문고. 아빠 핸드폰의 만보기를 보니 1만7000보가 넘었다. 아빠보다 보폭이 짧은 둥이들은 2만보가 넘었을텐데....대단하다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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