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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끼깡꼴끈'이 불쾌한 심리학적 이유


부산 대연터널 입구에 걸린 '꾀끼깡꼴끈'이 화제다. 일단 아래 기사를 참고해 보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7556251?sid=102


"당시 박 시장은 "공적 선의를 가진 존재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꾀(지혜), 끼(에너지·탤런트), 깡(용기), 꼴(디자인), 끈(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감성메시지 차원에서 접근"


일단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무식에서 했던 말이 왜 뜬금없이 '시민을 위한 감성메시지'가 된단 말인가. 수신자가 바뀌어버려서, 시민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의아했을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왜 '꾀끼깡꼴끈'이 기괴하게 느껴질까?


1)

아주 가벼운 접근부터 시작해 보자. '꾀끼깡꼴끈' 디자인은 인지공학적으로 보면 낙제점이다. 사람들이 살면서 저 문구를 한 번이라도 접해봤을 가능성은 아마 0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특이하고 새로운 자극은 당연히 인지의 과부하를 유발하고, 운전자의 집중력에 간섭을 일으키기 쉽다. '저게 대체 뭐지?' 이런 생각 때문에 평소 하지 않던 부주의한 운전 미숙/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졸음운전 방지 목적으로는 성공이다만


2)


"이게 외계어야 뭐야?"
"빵상 아줌마...?"



빵상 아줌마는 웃기기라도 했지...



나름대로 ㄲ로 통일시켜 라임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한 건 보인다. 한 글자 한 글자 당 갖고 있는 뜻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두문자를 합쳤을 때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차라리 꼰대들의 건배사가 훨씬 나아 보일 지경이다.


출처: 예스폼


필자는 솔직히 '꾀끼깡꼴끈' 문구를 봤을 때 기계가 고장 난 소리, 혹은 처녀귀신이 웃는 소리가 연상됐다. ㄲ가 반복되니까 칠판에다 손톱을 그었을 때 나는 소리마저 떠오른다. 문자 그대로만 놓고 봤을 때, 의미값이 담겨있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저 문구를 '의성어擬聲語'에 가깝게 인식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자극과의 소리 유사성으로 인해, 명시적/암묵적으로 불쾌한 감정이 먼저 활성화되는 것이다.


챗GPT-4o한테 음성학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근황이 있대서 한번 찾아봤는데,

출처: https://www.dogdrip.net/558952011


결국 가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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