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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효 Jan 02. 2023

반값으로 도전하는 셀프 인테리어(14)

CHAPTER 2 - 09. 미장과 방수

‘화장실은 집 한 채예요. 화장실 안에 조적, 미장, 방수, 외장재 마감, 전기, 배관, 가구 도기 서치 등 집 한 채에 필요한 모든 공정이 집약되거든요.’


30년 동안 미장과 방수 일을 해왔다는 정 선생님이 말했다. 그는 골격이 크고 유쾌한 50대 기술자였는데, 방수 공정이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나는 그의 동의를 얻어 작업을 하는 내내 지켜보면서 시공의 디테일을 배울 수 있었다. ‘방수의 핵심은 청소’라고 요약한 그는 콘크리트가 드러난 화장실 벽과 바닥에 물을 뿌린 후 벽과 바닥을 빗질하는 과정을 세 번씩이나 반복해 조그만 부스러기와 먼지까지 꼼꼼하게 치웠다. 시멘트 방수액이나 몰탈을 벽면에 잘 입히기 위해선 먼지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청소 후 그는 배수관 조인트와 바닥면 등 방수에 취약한 부분에 몰다인이라는 프라이머를 먼저 도포했다. 그리고 나서 시멘트와 방수액, 메도몰 등을 큰 배럴통에 넣고 교반기로 충분히 혼합했다. 이렇게 만든 시멘트 방수액을 모서리와 바닥, 벽면에 꼼꼼히 바르는 것을 시작으로 일명 ‘물방’, ‘액방(액체방수)’ 작업을 시작했다.


바닥과 벽면에 시멘트 방수액을 도포하는 것은 액방의 1단계인데, 철거 과정에서 생긴 미세한 콘크리트 크랙을 한번 채워주면서 거칠어진 면 정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그는 남은 시멘트 방수액에 레미탈 두포대를 추가로 교반한 후 허리 위 벽면에도 방수액을 꼼꼼히 입히기 시작했다.     


시멘트 방수를 끝내고 잠깐 쉬면서 면을 말리는 과정 후에 그는 레미탈과 물을 섞어 만든 몰탈을 이용해 화장실 벽면과 바닥에 꼼꼼히 2차 도포를 시작했다. 보호몰탈로 이렇게 면을 한 번 더 덮는 작업은 시멘트 방수층을 보호하는 동시에 면의 단차를 메우는 역할을 한다. 안 그래도 균일하지 않았던 화장실 벽면의 단차는 철거 과정에서 한층 심해져있었다.


그는 '흙손'이란 도구로 보호몰탈을 얇게 여러 번 덧입히면서 벽면의 단차를 메워갔다. 흙손 작업을 마친 후에는 긴 철제 자로 벽면을 쓸어내리면서 다시 한 번 수직 수평을 맞췄고, 마지막에는 물을 묻힌 비질을 여러 번 반복해 작은 틈까지 메우면서 세심하게 작업했다. 1.14평에 불과한 작업 화장실이었지만 이 작업까지만 세 시간이 걸렸다.


프라이머→시멘트 방수액 도포→보호몰탈 순서로 1차 액방을 진행하면서 화장실 방수층을 입혀 나간다.
1차 액체 방수 작업 후 시멘트를 양생하고 있다. 이튿날 이 순서를 한번 더 반복하는 '2차 액방'을 해주면 방수층을 더욱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
미장 기술자에게 문지방 철거한 부분을 레미탈로 메워달라고 부탁드렸다. 이와 같은 간단한 미장은 레미탈과 흙손만 있다면 셀프로 진행할 수도 있다.

[BOX2] 화장실 방수,  뭐가 정답일까?


화장실 방수 부분은 우리 사무소가 인테리어를 할 때 신경을 가장 많이 썼던 부분이다. 아무래도 현장이 만 40년을 꽉 채운 구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기존 방수층이 이미 미비함은 물론이고 타일을 떼어냈을 때 콘크리트 기초면에서부터 추가 손상이 갔을 것이라는 우려가 들었다. 여러 방수 공법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액체방수 2회와 도막방수 2회라는 전통적인 실내 방수 방식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액체방수', 이른바 '액방'이라는 절차는 20세기 초반부터 사용돼온 건축물 내부의 실내방수 주요 공법이지만, 신식 방수재가 많이 개발된 현대에 들어서는 액체방수 자체로만 방수 성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액체방수 후 도막방수제를 덧바르는 등 방수 보완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현장처럼 골조까지 철거를 진행해 면이 울퉁불퉁하고 평활도가 심각하게 어긋난 철거 현장의 경우는 액체방수 작업부터 두번 반복해 면정리를 확실하게 해주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인 액체방수 절차는 아래와 같다.


방수시멘트(시멘트+방수액+물) 얇게 도포→방수액→방수시멘트 얇게 도포→방수몰탈 도포


방수몰탈 작업은 방수시멘트와 방수액을 도포한 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시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레미탈을 덧발라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하고 양생을 한다고 해도 시멘트가 마르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크랙이 생긴다. 그래서 액체방수 절차를 1회 마무리하고 양생한후 그 다음날(양생이 80~90% 진행됐을 무렵)에 이 작업을 한번 더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처음 양생 과정에서 생긴 크랙 사이로 다시 방수시멘트와 방수몰탈층이 쌓이면서 2차 보강이 이뤄지게 된다.


우리 현장 화장실 역시 이틀에 걸쳐 액체방수를 2회 반복했다. 2차 액방이 끝난 후에는 이를 완전히 말린 다음 며칠 뒤 도막 방수재를 다시 한번 도포했고, 며칠 후 남은 도막 방수재를 재도포했다.



1차 액방을 끝내고 우리는 몰탈이 마르는 동안 정 선생님과 함께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는 집값이 급등하고 시장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더불어 호황기를 맞았던 인테리어 업계 분위기가 최근 어떻게 180도 바뀌었는지를 얘기해줬다.


호황기에 머릿수가 크게 늘어났던 인테리어 업체의 사장님들은 근래 잘 나가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택배나 배달 등 투잡을 뛰면서 사실상 '버티고' 있다고 했다. 한계 영역에 접어든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일을 하고도 돈을 떼이는 기술자 역시 늘어났다. 시장 분위기가 생생하게 체감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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