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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효 Jan 09. 2023

반값으로 도전하는 셀프 인테리어(23)

CHAPTER 2 - 17. 마루

어느덧 공정의 80% 정도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날은 마루 시공팀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시공할 모델로는 영림임업의 강마루 신제품 세라 브라운워시A 제품을, 걸레받이는 4전(40mm)짜리 높이에 영림몰딩의 백색 필름 'PS120' 컬러를 입힌 제품으로 미리 주문해뒀다.


문제는 마루 공정을 하루 앞두고 예전 목공팀이 시공한 곳 중에 새로운 하자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거실 가벽과 현관 가벽이 기역㈀자로 만나는 곳의 각도가 미묘하게 90도를 벗어나 있었다. 아무리 목공이 각도를 잘 잡는다고 해도 가벽과 가벽이 만나는 곳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였다. 벽과 바닥 자체의 수직 수평이 맞지 않아 가벽과의 접도각이 직각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가벽에 이어진 다른 벽면들이 미세하게 수직이 틀어지면서 육안으로 드러날 수 있다. 우리 문제의 원인은 후자인 듯했다.


공정 직후에 발견됐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미세한 문제일수록 며칠이 지나고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냥 모르고 생활할 수도 있을 정도의 문제였지만, 발견한 이상 수정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목수님 한 분이 이날 아침에 와서 현장을 봐주시기로 했다. 문제적 시공을 한 목수님은 단열 작업을 했던 업체에 속해있던 목수팀인데, 일부러 약간의 추가 시공비를 지불하면서라도 일을 월등하게 잘하셨던 다른 목수팀에게 에스오에스(SOS)를 쳤다. 목수님은 현장을 보시더니 1시간 30분 정도면 가벽을 수정해주실 수 있다고 했다. 마루와 어쩔 수 없이 공정이 겹치게 돼 마루 작업자분께 양해를 구했다. 목공이 현장을 수정할 동안 마루 작업자는 강마루 조각들을 재단하면서 시간을 벌어주셨다.


셀프인테리어를 하면서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지나간 공정 기술자를 한번 더 불러야 한다면 그만큼 인건비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만약 자체 목수팀이나 잔손 인력을 내재한 인테리어 업체에게 맡겼다면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 하지만 모든 시공 기술자를 하나 하나 구해야 하는 셀프인테리어의 경우 한번이라도 공정 순서가 어긋나거나 시공 문제가 발견돼도 추가 지출로 직결된다.


하자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기술자에게 AS를 부탁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현실은 녹록치 않다. 특히 셀프인테리어 현장이라면 본인을 재고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하자 수선에 다양한 핑계를 대며 소극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렵게 재시공을 맡긴다고 해서 100%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단열 목공팀은 본인들이 시공하는 기간에도 천장을 두 번이나 뜯게 했고, 가벽 일부를 두 번이나 수정하게 했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믿을 수 있는 해결사를 부르기로 했던 이유다. 해결사는 다행히 우리 현장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주시고 떠났다.


목공팀이 가벽을 수정할 일이 생기면서 마루 공정과 작업일이 겹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약 30평 내외 면적의 아파트에 마루를 까는 데 기술자 한 분이 진행하는 경우 하루가 꼬박 걸린다. 우리 현장의 마루는 바닥 샌딩을 미리 해뒀음에도 100% 평탄화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마루 시공하시는 분이 애를 많이 먹었다. 단차가 낮은 곳은 본드를 붙였음에도 마루 조각이 바닥에서 살짝 떴기 때문에 시멘트 포대 자루나 페인트 통을 올려두고 하중을 가하면서 접착력을 높여야 했다. 마루 시공이 끝나자 함께 주문해둔 40mm 걸레받이를 벽을 따라 두르고 투명 실리콘으로 깔끔하게 마감해주셨다.


강마루 시공을 할 때는 생각보다 소음이 많이 발생한다. 본드로 강마루 조각을 붙인 후에도 접착력과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고무망치로 바닥을 계속 두드리면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아래층 입장에서는 하루종일 천장에서 망치 소리가 울려대니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마루 공정날을 집중 소음일로 미리 안내해두거나, 전날 아랫집 이웃을 찾아가 한번 더 양해를 구하는 센스도 경우에 따라 필요하다.


결과물은? 대체로 멋있게 나왔다. 다만 마루 제품 자체의 질이 당초 우리 기대에 차지 않았다. 영림 본사 쇼룸에 갔을 때 샘플로 확인했던 모델과 달라 보일 정도였다. 특히 샘플의 질감은 원목 느낌이 날 정도로 고급스러웠지만 시공 당일 도착한 마루 제품은 그렇지 않았다. 남편도 와서 보더니 같은 말을 했다. 샘플을 100% 맹신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이런 문제를 원천 방지하려면 마루 모델을 확정하기 전에 기 시공된 현장을 어떻게든 찾아내 직접 눈으로 느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물론 쉽지 않다) 차선책으로는 샘플을 직접 본 후 시공 사례를 사진으로라도 충분히 찾아본 후 최종 모델을 확정하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의 팁이 있다면, 마루는 시공을 완료하고 나면 샘플로 봤을 때보다 한톤 밝아지는 감이 있다. 햇빛 등 자연광을 받으면서 톤업 효과가 나는 것이다. 마루 색상을 고를 때는 이를 감안하고 원하는 느낌보다 한 단계 진한 걸 고른다거나 하면 된다.


마루 공정이 끝나고 보양을 진행했다. 이후 공정이 진행되면서 바닥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구석구석 꼼꼼히 시공면을 감싸야 한다. 보양재 두 롤을 구매했더니 마루 부분을 보양하고도 남았다. 마루 시공자에게 웃돈을 주고 보양 서비스까지 요청할 수도 있다. 우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마스킹테이프와 보양재를 사와 셀프 보양을 했다.


쇼룸에서 확인한 샘플과 도착한 제품 / 작업자가 마루 조각을 먼저 재단한 후 본드를 바닥에 바르고 붙여나가기 시작한다.
마루 시공이 끝나면 남는 박스와 롤 보양재로 바닥을 꼼꼼히 보양해둬야 한다.



[BOX7] 강마루와 강화마루


강마루는 본드로 마루판과 바닥면을 고정하는 접착 방식으로, 강화마루는 마루판과 마루판을 맞물리는 조립 방식으로 시공한다. 일반적으로 강화마루가 조금 더 저렴하다. 과거에는 강화마루 시공도 인기가 많았으나 요즘엔 강화마루 시공 방식의 여러 단점(특히 조립판 고정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하면서 들뜨거나 밀릴 수 있다.) 등 때문에 강마루 시공이 더 보편화 됐다. 


강마루보다 고가의 시공 자재는 원목마루가 있다. 보통 강마루는 자재와 시공까지 평당 11만원~20만원선이지만 원목마루로 할 경우 평당 20만원선(중국산 OEM)부터 100만원선(유럽 브랜드)까지 자재에 따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강마루도 다 같은 강마루가 아니다. 겉으로 노출되는 필름 아랫부분이 MDF(보드) 재질이냐 합판 재질이냐에 따라 경도와 내구성 등에서 차이가 난다. 합판은 MDF에 비해 물러 찍힘에는 약하지만, 습도와 내구성이 강해 일반적으로 더 선호된다고 한다.


우리는 강마루 시공을 결정한 후 마루 샘플을 보기 위해 이건마루와 구정마루, 노바마루와 영림임업 등 대표적인 마루업체의 쇼룸을 둘러보았다. 최근에는 강마루라고 하더라도 원목마루 못지않은 텍스처와 질감을 살린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120mm 이상의 광폭 모델도 많이 나오고 있어 선택의 폭이 다양했다. 우리는 영림임업의 강마루 라인 가운데 세라 브라운워시A 모델을 선택해 시공 견적을 받았고, 평당 12만원3000원 정도의 견적서를 받아 보았다.


강마루로 시공을 계획하면서 걱정했던 부분은 우리 현장의 거실·주방 등 공용부가 각 방에 비해 4~5mm 정도 단이 높다는 점이었다. 주로 장판 시공을 했던 과거에는 이같은 단차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용부와 방이 문턱으로 뚜렷하게 구분지어져 있었기에 차이는 더욱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문턱을 없애고 방과 거실, 주방을 하나의 공간처럼 보이도록 텄더니 기존 바닥의 단차는 치명적이었다. 마루 전문 철거업체를 불러 샌딩을 맡기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마루업체 아저씨들은 방독면을 쓰고 엄청난 분진을 흩날리면서 거실과 주방 공용부 방통을 약 3~4mm 삭제해줬다. 그래도 단차를 완전히 맞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 샌딩 작업 후 영림 본사에 현장 방문을 부탁해 강마루 시공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직원이 마루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나서는 본드로 단차를 메우면서 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차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방과 공용부 경계 부분은 생활하다보면 들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 본드를 주입하는 후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현장에 조금이라도 변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 마루 대리점이나 연계된 시공업체에 요청해 반드시 방문 견적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루 시공은 비싸고 현장 여건에 따라서 시공이 가능한 제품과 불가한 제품이 있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


강마루 시공이 가능한 현장인지 설계 단계에서 수평기를 띄워 바닥 평활도를 확인하고 있다. / 주요 마루업체 쇼룸을 방문하면 다양한 마루 샘플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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