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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니쉬 Jul 26. 2023

엄마인 내가 디지털 콘텐츠로부터 벗어나야 했던 이유

너를 더 사랑하기 위해

우리가 디지털 콘텐츠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뭘까? 당신이 나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 중독자라면, 그 답은 당연히 '그래야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으니까!'일 테다. 단순하고 명확한 이유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나를 위한" 이유로는 디지털 콘텐츠로부터의 해방을 단단히 결심하진 못했다. 디지털 콘텐츠에 수많은 시간을 쏟는 내 모습이 썩 맘에 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사는 게 그렇게까지 불편한 건 또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아이를 위해 더 이상 디지털 콘텐츠의 늪에 빠져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엄마로서 디지털 콘텐츠로부터의 해방을 결심하게 된 이유들, 그래서 결국 나를 움직여 지금까지 오게 한 이유들을 정리해 보겠다. 


목차

1. 나의 이야기 - 내가 생각하는 중독의 정의와 과거의 내 모습
2. 엄마인 내가 디지털 콘텐츠로부터 벗어나야 했던 이유 (현재글)
3. 우리가 디지털 콘텐츠 중독에 빠지는 원인
4. 디지털 콘텐츠 중독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방법
5. 에필로그




1. 부족한 수면시간 때문에 아이를 온전한 체력으로 돌보고 사랑할 수 없어서


지난 글에서 얘기했듯, 나는 아이를 낳고서도 새벽 1시를 넘어 잠들곤 했다. 그런데 아이는 (밤중수유가 끝나고도) 이르면 새벽 5시 반, 보통은 6시쯤 일어났다. 보통 사람의 충분한 수면 시간은 7시간 이상인데, 나는 4-5시간만 잤던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되면 스스로 아침을 시작하지 못하고 아이의 칭얼거림과 함께 강제 기상을 당하게 된다. 그럼 일어난 뒤 한두 시간은 비몽사몽으로 아이를 보는 건지 마는 건지 한 상태로 있게 된다. 이 상태에서는 아이의 사랑스러움과 경이로움을 발견하기는커녕, 반쯤 눈이 풀린 채 아이가 좀 더 자줬으면 하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나는 이런 스스로의 모습에 슬퍼졌다. 정말 내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고 싶은 아이인데, 내가 디지털 콘텐츠에 빠져 잠을 못 자는 만큼 아이를 사랑해주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수면 부족이 하루로 끝나는 게 아니라 며칠씩 이어져, 잠에서 깨는 아침 시간뿐 아니라 온종일 육아가 버겁게 느껴졌다. 나는 깨달았다. 사랑이 체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제야 나는 아이를 사랑할 체력을 위해, 내 삶에 불필요하게 덕지덕지 붙어있던 디지털 콘텐츠를 이제는 도려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2.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가치를 말이 아닌 삶으로 가르치기 위해 (자기조절력과 오프라인 대화의 중요성)


나는 아이에게 나의 디지털 콘텐츠 중독을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다. 나아가 어떤 중독적 물질이나 행위(술, 담배, 게임, 포르노 등)에 대해서 아이가 스스로를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절제할 수 있는 자기조절력을 꼭 가르치고 싶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보다 더 중독적인 자극들로 넘쳐날 텐데, 그러한 세상에서 아이가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자기조절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족스럽게 살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를 절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 육아>에서 저자 지나영 소아정신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런데 가치와 마음자세를 아이에게 가르치기 전에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부모 자신은 가치를 중요시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서 그것을 아이한테 가르치는 건 모순일 뿐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일 좋은 가르침은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가 '삶은 저렇게 살아야 하는구나' 하고 은연중에 배우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 육아> 111p


아이에게 자기조절력을 가르치고 싶은데, 내가 자기조절력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아이에게 이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내가 먼저 절제력, 자기조절력이 있는 삶을 훈련해야 아이에게 이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 나도 디지털 콘텐츠 중독을 이겨내, 나의 삶으로 아이에게 자기조절력을 가르치고 싶다.


또한, 칼 뉴포트가 쓴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 온라인 연결과 오프라인 대화의 차이를 언급하며, 오프라인 대화가 인간의 행복에 훨씬 더 풍부하게 기여한다고 말한다. 

연락(connection):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삶을 정의하는 저대역폭 교류
대화(conversation):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끼리 만나서 나누는 훨씬 풍부한 고대역폭 소통
<디지털 미니멀리즘> 161p에 인용된 셰리 터클의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 중 

대화는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공동체의식과 소속감을 부여한다. 반면 연락은 순간적인 매력이 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거의 제공하지 못한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166p 


나 역시 이 내용에 동의한다. 가족이 함께 여가시간을 즐길 때, 각자 스마트폰을 보며 저마다 즐길거리를 찾는 것보다, 함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눌 때 훨씬 더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가치를 아이에게 나의 행동으로 전수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하던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인 딴짓을 그만두려 한다. 


3. 나와 아이 모두를 위해, 고독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 뉴포트는 레이먼드 케슬리지와 마이클 어윈이 정리한 고독의 정의를 빌려와 다음과 같이 썼다. 

케슬리지와 어윈은 고독과 관련해 환경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들이 정의하는 고독은 정신이 외부에서 입력되는 정보로부터 자유로운 주관적 상태다. (중략) 고독에 빠지려면 어디에 있든 다른 사람이 만든 정보에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111p


뉴포트는 이 정의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커피숍이나 지하철 안에서도 고독을 누릴 수 있고, 조용한 곳에서도 외부 입력(책, 팟캐스트, 텔레비전, 스마트폰 화면 등)을 허용하면 고독을 누릴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후 그는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도 필수적이지만, 고독의 시간 역시 필수적이라 주장한다. 왜냐하면 고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 자신에 대한 이해, 타인에 대한 친밀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의 두 가지는 직관적으로 이해되는데, 마지막 '타인에 대한 친밀감'은 어떻게 고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 인용한 마이클 해리스는 "차분하게 혼자 있는 시간을 경험하면 다른 사람과 나누는 유대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며 이에 답한다.


뉴포트는 고독의 가치가 이렇게 큰데, 현대 사회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고독 결핍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엔 줄을 서거나 만원 지하철을 타는 시간 등 어쩔 수 없이 처하는 고독의 시간이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사람들은 언제든 지루하면 스마트폰을 꺼내 외부로부터 재밋거리를 입력받곤 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연이은 당직으로 나 혼자 육아를 해내며 고독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던 어느 날, 나는 위에 정리한 내용을 읽으며 고독의 정의와 가치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고독의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아이를 돌보았을 때 삶에서 감사가 사라지고, 아이를 향한 사랑의 마음도 쉽게 솟아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 이후 아이를 돌보기 전 (특히 남편이 당직을 하는 날에는 더욱더) 디지털 콘텐츠를 멀리하고 오롯이 나와 (그리고 인간이 아닌 하나님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자 실제로 내 삶에 더욱 만족하게 되었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그리워하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아이를 사랑하기 위해, 이제 고독의 시간은 내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나를 움직였던 이 이유들이 당신의 마음에 울림이 되어 당신을 움직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여기까지 읽고 마음이 동한 독자라면 이제 디지털 콘텐츠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 건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우리가 디지털 콘텐츠에 중독되는 원인부터 살펴보려 한다. 몸이 아플 때 왜 아픈 지 그 원인을 파악해야 그에 맞는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디지털 콘텐츠에 중독되는 원인을 이해해야 그에 맞는 해결방법을 찾고 실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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