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한 출연자가 인터뷰를 하면서 ‘인제’라는 말을 계속 반복한다. “인제 그것은 특정한 사람의 말씀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제,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면 좋지만 인제, 그게 바로 할 수가 없는 게 인제, 방해물이 있기 때문에 인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인제, 받으면 인제, 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인제...” 인터뷰 내내 정신이 없다.
이처럼 ‘인제’나 ‘이제’를 반복하는 말버릇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그러한 말버릇은 중독성이 있어서 그런 사람과 같이 있다가 보면 옮기기도 한다고 한다. 젊은 세대에서 유행어가 쉽게 퍼지는 원리와도 닮아 있다.
이처럼 특정한 말을 반복하는 말버릇은 대략 3가지 부류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인제’와 같이 접속형의 말을 반복하는 경우다. ‘인제’ 외에도 ‘그러니까’ ‘그다음에’ ‘그리고’ 등이 있다. 둘째는 특정 단어의 반복이 있다. ‘막’ ‘엄청’ ‘아주’ ‘적당히’ 등의 강조나 강도를 표현하는 형용사나 부사형의 말씨, 그리고 조심스러운 단어로 ‘약간’ ‘혹시나’ 등을 사용하는 경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미형 반복어가 있다. 앞의 ‘그러니까’와 함께 ‘말입니다’가 결합하여 ‘그러니까 말입니다’처럼 쓰이는 경우나 ‘죽겠어’와 같이 다른 용언과 결합해서 쓰이는 경우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게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그렇게 처리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이러면 그렇게 된다 이 말입니다.....” 이 역시도 계속 듣다가 보면 정신이 없다.
어미형 말에는 최근에 어법에도 안 맞는 ‘하실게요’가 서비스 업종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사장님. 지금 들어오실게요.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시작하실게요. 먼저 스위치를 누르실게요....” 이 역시 어색하다. 많은 분들이 지적을 하고 있지만 대체어의 제안이 약하다 보니 역시 확산일로다.
이러한 분류 이외에도 유행어가 있다. 유행어는 드라마나 영화 혹은 코미디 프로에서 나타난 신조어나 혹은 표현들이 공감을 얻어 유행하는 것들이다. 광고에서 사용되는 말들도 어디서 들었나 하고 생각해 보면 이런 표현을 응용한 것들이 많다. 어느 것은 듣고 쉽게 잊히지만 어떤 것들은 자주 응용하게 되면서 말버릇이 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말버릇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이 있어 언어 전문가라면 더 자세히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고등학교 때 패션니스트로 옷을 잘 입고 다니시는 멋쟁이 선생님이 계셨다. 그런데 설명하시면서 ‘적당히’라는 표현을 잘 쓰셨다. 이때 ‘적당~히’라고 발음을 하셨는데 상당히 강조가 들어가는 억양이었다. 학기가 끝날 때 즈음에 선생님께서 건의사항을 받으셨는데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선생님께서 ‘적당히’라는 말을 너무 자주 쓴다고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다. ‘적당히’라는 말은 강조를 뜻하는데 너무 많이 쓰니 강조점을 찾을 수 없어 조금 줄여서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말씀드렸다. 그러자 선생님이 큰 눈을 두어 번 껌쩍이면서 대답을 하셨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적당히’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적당히’라는 말을 ‘적당~히’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학생이 모두 넘어갔다.
말버릇을 어느 날 갑자기 고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 누군가가 알려줘서 그러한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녹음이나 영상 등을 통해서 얼마나 자주 쓰는지 확인하고, 대체 용어를 여러 개 구해서 말할 때마다 매번 알아차림을 통해 대체 용어로 부산해서 사용함으로써 같은 용어의 반복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느 날 입에서 같은 노래가 계속 흘러나올 때 같은 노래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없애기 위해 다른 노래를 불러 원래의 노래로부터 벗어나는 것과 유사한 방법이다. 그런데 다른 말로 바꿀 때도 이왕이면 ‘좋은 의미’나, ‘미래형 의미’, ‘건설적 의미’로 바꾸어 쓰면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죄송합니다”라는 용어보다는 “감사합니다”라는 용어로 바꾸면 생활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벌써'보다는 '아직'으로 바꾸어 써서 생활의 태도를 바꾸자는 화술 전문가의 주장도 있다.
어떤 때는 그런 말투가 문득 까맣게 잊었던 사람을 생각나게도 한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이렇게 얘기를 시작하던 싹싹하고 인상 좋던 군대 후임이 문득 생각나는 오후다. “그려, 커피 한 번 타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