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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여비소엽 Jan 29. 2016

짚어보기(外)

그림판









당신이 왜 그랬었는지 기억하나요?




지금 떠올린 그 '이유' 가, 그 당시에 갖고 있던 생각이었나요?




아마 아닐 거예요.


우리의 기억은 시간과 현재의 감정에 의해 퇴색돼요.


기억하기 쉽게, 우리의 추억의 수납공간에 더 넣기 알맞게 변화해요.


우리의 행동과 말의 근본적인 시작점은  '이유'에서 시작하지 않아요.


그것은 당신의 행위를 대외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수단일 뿐.




우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요.


사람들은 갖가지  인생으로부터 색칠된 어떤 그림들과 같죠.


서로의 색깔과 기법을 훑어보며,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더 비슷하거나 필요한, 그리고 부러운 것에 매력을 느껴요.


그것은 어쩌면 글쓴이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 중에 하나인 '당연함' 이


그나마 적합하게 사용될 부분일 거예요.




우리는 지금도, 과거에도, 앞으로도 그저 그렇게 색칠될 거예요.


누군가는 선이 굵고 짙으며,


누군가는 휘황찬란한 색상의 연속이겠죠.


또 누구는 전체적으로 날렵한 기법이 보일 수도 있고,


유화로 흐리게 그려질 경우도 있을 거예요.




우린 때론 스스로의 스케치북에 그려진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 해서든 그 부분을 없애고자 노력하죠.


하지만, 또 다른 색깔로 그 부분을 덧씌워 가릴 순 있어도


완벽히 가릴 수 있는 과거는 없을지도 몰라요.


가릴 수 있다고 해도, 가려지는 부분보다 훨씬 크고,


훨씬 농도가 짙은 물감이나 뭔가가 필요해요.




그 덧씌워진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보일까요?




우린 살아가며 서로가 서로의 그림에 시시때때로 영향을 끼쳐요.


그 결과가 누구에겐 자랑거리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평생 가려도 찝찝한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겠죠.


우린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완성도 높은 그림이 될 순 없어요.


서로가 모두 서로의 서툴음을 알기 때문에


삐져나온 선도, 어울리지 않는 색깔도


그저 그렇게 이해해주고 지내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더욱 조심해야 해요.


내보인 행동과 말은 한순간이지만,


그게 칠해진 누군가에겐 평생 흠이 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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