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나이가 중요한 것도 아냐.
외모가 모든 걸 결정짓지도 않지.
너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야.
네 몸매 때문이 아니지.
표정과 행동 때문이 아니야.
네가 하는 말들과 표현방식 때문도 아니지.
우린 그저 그릇일 뿐이잖아, 그렇지?
수년 수십 년 부딪힌 세월이 깎고 담겨진 그릇.
그릇 자체의 색깔과 재질은 정해져 있을지언정,
침식되고 부식된 풍파의 흔적은 제각기 그릇마다 다를 수밖에 없겠지.
그 수년간의 인생의 노고를 치하해.
네게 결정된 인생의 결론들을 존중해.
하지만, 내 모양과는 달라. 그뿐이야.
이렇게 또 보고 싶지 않은 너의 흠집을 다시 되돌아보게 해서 미안.
알 수 없는 이 차이로 알 수 있는 모든 괴로움을 되짚게 해서 미안.
그렇지만 어쩌겠어. 우린 그릇 들일뿐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