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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6. 2023

5. 마케터는 독자생존이라는 ‘너’

제1장 퇴사사유: ‘너’는 누구인가

마케터는 독자생존이라는 ‘너’ 

입사 후 처음 마주친 회사 리셉션 앞에서 그는 나에게 ‘마케터는 독자생존’이라고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네,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독자생존’이라는 냉정하고도 달콤한 말. 

이 말은 언젠가 나도 무림의 절대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직장에서 우리는 항상 누군가와 협업하며 일을 진행한다. 

비단 직장뿐인가, 사회에서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여 살아간다. 


독자생존이라니! 


독자생존을 추구하는 사람이 한 회사에서 임원이나 대표를 한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회사의 존재와 존속이 가능한 것 역시 시장에 고객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닌가? 독자생존이라면 당신이 당신 제품을 사줄 시장을 스스로 창출해나가면서 지금껏 살아왔어야 한다.  


독자생존이라는 말은 회사의 지원없이 혼자 고혈을 짜내어 알아서 일을 해내라는 압박일 수도 있다. 전형적인 사기꾼 말투. 하지만 사기꾼이 될 수 있는 것도 사기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다. 당신의 입담으로 속일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사기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입사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마케터는 독자생존’이라는 의미를 깨달았다. 

그 회사는 텃세와 조직간의 음해, 갈등이 끌도 없었다. 일을 하기 보다 옆 팀과 전쟁을 하러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들을 알면서도 그는 해결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관함으로써 조장했다. 그렇게 경쟁을 붙이고 싸움을 붙이는 것이 그의 경영방식이고 관리방식이었다. 


그런 스트레스 속에서 일하다 보니 나도 입에 욕을 달고 살았다. 그런 내게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는지 주변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냉정하고 본인의 업무만을 해나가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런 것이 흔히 말하는 '자기관리'일까? 하지만 그 곳에서는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는 그런 부류는 확실히 아니었다. 


나는 일과 일하는 공간, 함께 일하는 사람 모두가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기계가 아니니까. 

영혼이 있는 사람이니까. 


아, ‘독재생존’을 회사생활의 철학으로 삼고 살아온 또 다른 그가 있다. 

그는 모든 일을 다 스스로 해왔다고 했다. 일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필요할 때 남을 이용해 먹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것을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본인은 한번도 남에게 기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아랫사람들인 우리들도 본인한테 기댈 생각 말고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런 것이 본인의 직장생활 철학, 바로 ‘독자생존’이란다. 


그는 회식자리에서 솔직히 너희들도 그렇게 살면서 아닌 척하지 말라고 했다. 

듣다 듣다 지쳐서 한 마디 했다. 


“네 맞습니다. 저도 저 잘되려고 대표님 이용하고 있어요” 


됐니? 듣기 좋니? 


이제 우린 철학을 공유하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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