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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Jan 07. 2023

해낸 것, 얻은 것, 놓친 것

2023년. 또 다른 뻔한 한 해가 되지 않기 위해

매년 연말, 연초를 보낼 즈음에는 한 해 동안 어떤 일들을 해냈고, 어떤 것들을 얻었으며, 어떤 부분들이 여전히 부족했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해낸 것들부터 먼저 손꼽아 보면-



커리어 빌딩

작년 여름에 3년간 다녔던 eBay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San Francisco에 본사를 두고 있는 DoorDash로 이직을 했다. Consumer Experience Team에서 Staff Design Lead라는 직급을 갖고 일을 시작하였다.  eBay에 다녔을 때처럼 Design Manager의 역할을 하지 않고 IC(Individual Contributor)로써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Manager의 역할을 하지 않으니 예전처럼 다양한 주제와 그에 따른 수많은 회의를 챙기지 않아도 되지만, Experienced IC로써 기대되는 업무의 깊이있는 이해도 및 stakeholder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도록 만드는 디자인 전개, 그리고 그것들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팀원들의 멘토 역할 등 어느 하나 소홀하게 신경 쓰지 않을 부분들이 없었다.  하지만 직전 회사에서 Manager의 역할에 좀 더 집중했었던 탓일까, 다시 IC로써 직접 hands-on design을 하게 되니 그에 따른 재미와 성과가 있어서 커리어 빌딩 측면에서도 꽤 흥미로운 지점에 서있는 느낌이다. 



업무 성과

eBay에서 퇴사하기 전에 한동안 1년 넘게 IC로써의 역할과 Manager의 역할을 동시에 했었다.  그 때문에 낮시간 동안 퇴근하기 전까지는 Manager로써 각종 전략, 운영 및 플랜과 관련한 회의와 일들을 했었고, 밤에 아이가 잠들고 나면 새벽까지 직접 디자인하는 일을 하느라 피곤한 날들을 보냈었다.  하지만 그 피곤함 또한 좋은 결실을 맺게 되면 뿌듯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법.  2021년 여름부터 2022년 여름까지 진행했던 몇 가지 프로젝트들이 잘 마무리되어서 퇴사 시점에 무척 스스로 대견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도 내가 직접 디자인 했던 프로젝트들보다, 내 팀원들이 진행했던 다양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의 성공이 더 기뻤다. (아직 잘들 하고 있겠지?)


내가 팀을 떠난다고 했을때, 함께 아쉬워해주던 팀원들의 메세지


DoorDash에서는 작년 여름에 팀에 합류하자마자 시작했던 큰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는데, 연말까지 잘 마무리되었고 조금 후 2월에 공식 런칭을 한다.  이 과정 중에 eBay에서 배웠던 것들이 도움이 된 것들이 무척 많았고, 동시에 eBay와는 다른 문화, 프로세스, 권한위임, 협업방식 등 새로 배워야 하는 것들도 많아서 프로젝트 자체보다 더 신경 쓰고 힘이 들었다.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배우는 과정이지만, 내년 이맘때쯤에는 좀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시 달려야 하겠다.




작년에는 업무적으로 내가 이뤄낸 것들 이외에, 내가 덤으로 얻은 보석 같은 귀한 것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중에 몇 가지를 잊기 전에 적어보면-



아이의 성장

내겐 아들 녀석이 하나 있는데, 작년 여름에 Pre-school을 졸업하고 Kindergarten에 다니기 시작했다.  Kindergarten과 정확히 일치되는 학제가 한국에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초등학교 0학년’ 정도가 되겠다.  다니기 시작했던 때부터 두 달여간 되는 시간 동안 아침에 학교 가기 싫다고 울던 애를 어르고 달래서 데려다 준지 어느덧 5개월째.  지금은 학교에 도착하면 껑충껑충 신나게 뛰는 발걸음으로 교실에 들어간다.  특히 작년 10월에 아이의 선생님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서 전해 듣게 된 아이의 학교 생활은 그동안 나와 아내의 조바심과 걱정이 꽤나 과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제는 제법 혼자 하려는 것도 많아지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졌으며, 할 줄 모르는 데도 도전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내 눈에는 여전히 아기 같은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내년 이맘때는 또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도 되고 벌써 아쉽기도 하다.



가족과 보낸 시간들

이직을 준비하는 중, 새로운 직장에 가기 전에 지친 몸과 마음을 Refresh 하고자 두 달 정도를 쉬었었다.  그동안 가족들과 여러 곳으로 여행도 다니고 캠핑도 다니면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시간들을 통해서 나의 일과 가정에 대한 마인드가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에는 경쟁적으로 일에 몰두하는 시간이 주로 많았다면, 지금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놓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아내가 ‘오빠 이직하면서 정말 많이 바뀐 것 같아’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그때의 좋았던 기억들은 앞으로도 나와 우리 가족의 삶에 큰 기준이 될 것 같아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다.


아이와 하이킹 하면서 즐거운 한때 @Maui




작년에는 나의 게으른 관성으로 인해 부족했던 부분도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 올해 특히 개선해야 하는 것들을 짚어보자면-


글쓰기

생각을 글로 정리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  몇 년 전에는 따로 글을 올렸던 개인 블로그가 있었고, 찾아주는 이들도 많았었다.  작년까지는 간간히 ‘브런치’에 글도 올렸으나 바쁜 일상으로 손을 놓은 지 1년이 넘었다.  그로 인해 내 생각과 감성을 많은 이들과 온오프라인으로 교감을 할 수 있어서 좋았었는데, 이 역시 지난 한 해 동안에 무척 소홀했던 부분이다.  간간히 디자인 잡지, 여행 서적에 글을 기고한 적이 있으나 지속적으로 글을 써 내려가지 않고 밖으로 내뱉는 말과 생각이 없으니, 머리도 굳어가는 느낌?  생각을 멈추면 글을 안 쓸 거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글 쓰기를 멈추면 생각이 멈추는 것을 경험했다.  올해는 어느 미디어에든지 길고 짧은 생각들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겠다.



독서량

독서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글을 써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독서다. 글을 쓰는 것이 output이라면, 독서는 input이다.  내 성향상 디자인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보다는 여러 가지 영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면의 주제들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마저도 몇 권 읽지 못했다.  독서량이 적다 보니 생각의 깊이와 폭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다.



온오프라인 강연

3년 전부터인가 온라인 강의 제안이 몇 번인가 있었고, 그 기회들을 감사하게 받아서 여러 작업들을 했었다.  내가 했던 온라인 강의는 팬데믹 기간 탓에 녹화된 VOD의 형태가 많았는데, 그 때문에 강연 자체의 기획 및 촬영, 편집까지 어느 정도 내 선에서 진행해야 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라 그랬는지 들이는 노력과 시간 대비 아직 ‘만족스럽다’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서였을까, 꽤나 힘이 드는 과정이라 이후에 들어왔던 몇 가지 강연 제안들은 정중히 거절했던 기억이 있었다.  스스로 만족스럽제 못하다는 이유로 약간 겁을 먹고 웅크린 모습이었는데, 그래도 올해는 뭐든 계속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공부

요즘 테크씬을 보면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서비스, 기술들, 개념들이 쏟아져 나온다.  석사 과정 중에 공부했던 Generative Art가 이제 대중에게도 친숙한 개념과 기술이 되기 시작했으며, SF영화에서나 볼법한 말 한마디로 여러 가지를 제어하고 만들어내는 기술들이 ChatGPT를 통해 실제 구현되고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 반드시 전문가가 돼야 하거나 최신 정보를 늘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일하고 있는 인더스트리에서 변화되는 방향의 흐름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커리어의 전문성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래는 나 스스로에게 ‘지속적인 작은 변화의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내가 만든 레퍼런스 이미지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작은 변화를 꾸준하게 오랜 기간 동안 이어나가는 2023년을 만들도록 해야겠다.

지속적인 작은 노력의 중요성과 사소한 게으름에 대한 경고



s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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