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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Mar 02. 2022

기도...를 믿으세요?

신앙고백인가 아닌가...

배경 출처 : https://www.goodnews1.com/news/articleView.html?idxno=405086



가끔 운명은 제멋대로 정해진다. 대학시절에도 그랬다. 나의 대학생활의 팔 할은 기독교 동아리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 시절 새벽기도와 노방전도를 불사할 정도의 열정이었면 모태신앙이냐 물어보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얼빠진 신입생답게 'OO대학 기독 OT'를 대학 신입생 전체 OT로 오해하고 참여했던 게 내 신앙생활의 첫 단추였다. 알바와 학과와 기독동아리 활동까지. 그 시간과 비용을 어찌 감당했을까 지금도 의문이지만,-물론 그래서 그중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이십 대 초중반을 불태운 나의 신앙은 서릿발보다 시린 취업관문을 만나면서 급격하게 식어갔다. 


기도를 해도 면접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낮은 학점에, 구멍이 숭숭 뚫린 스펙을 갖추고 대기업 취업 합격을 갈망하는 건, 기도보다 기적이 필요한 일이란 걸 좀 늦게 깨달았다.-애초에 그 둘을 혼동한 게 좀 더 정확한 패착일 것 같다- 흔히 말하는 ㅈㅅ기업에 취업이 된 후에도, 거기서 임금체불과 성희롱, 막말 등 온갖 일을 겪으면서 매달리듯 했던 기도 또한 철저히 외면당했다. 다방면으로 해석하면 이뤄진 것 일수도 있으나, 입력과 출력이 명확하길 바랐던 이과생은 누구보다 포기가 빨랐다. 


뜬금없이 '기도'를 떠올린 건, 최근에 슬슬 다시 그 '증세'가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약 일 년 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이 졸리는 듯한 공황 증상이 반복되어 병원을 다녔다. 그게 21년 중반쯤의 일이고, 그해 말쯤 의사 선생님과 합의하에 약을 끊은 이후로 다 나았다고 안심하고 있던 게 일주일 전까지였는데, 다시 그 증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남아있던 약을 다시 먹어야 하나, 이사를 와서 병원도 새로 알아봐야 하는데 어디부터 시작하지, 첫째 초등 입학이 그렇게 스트레스였나 등등 머리가 복잡할 때 문득 기도가 떠올랐다. 이런 날라리 신자의 기도라면 있던 신도 안 들어줄 것 같지만, 얼마 전 절에 가야 한다며 엄마 아빠를 조르던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아이는 책을 읽을 때 머리가 안 아프게 해달라고 빌어야 한다며, 끝내 절에 부모를 끌고 갔다. 그리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소원을 적은 초를 앞에 두고 어디서 본 '비나이다~비나이다~'를 중얼거렸다- 


그래서 기도를 했다. 각 잡고 하는 기도는 쑥스러우니까, 자기 전 누운 자리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워 속마음으로만 기도를 했다. 첫째가 낯선 학교에 잘 적응하기를,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기를, 졸업할 때까지 사건사고 없기를,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평온이 오기를. 사흘 전 밤에도, 이틀 전 밤에도, 어젯밤에도, 계속 같은 내용만 중얼중얼 반복했다. 이십 대 때 하던 회개기도, 방언기도 뭐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내가 원하는 것만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신에게 비는 것인지, 나 자신에게 비는 것인지, 기도 대상에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채.


한때는 기도하는 대로 이뤄주지 않는 신이 미웠고, 그럴 바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헤쳐나가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또 한때는 어쭙잖은 공부를 하다 '신은 죽었다'는 선언이 백 년도 전에 이뤄진 걸 알고, 누군가에게 소원을 빈다는 것이 구닥다리 유물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아무리 아등바등 노력해도 내 선에서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조금씩 깨닫는다. 어쩌면 아이가 친구와 다투고 우는 날이 올 것이고, 생각보다 공부를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건들은 안타깝지만 다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이뤄진다. 그럴 때는 운명에 맡기고 그저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 애초에 신앙이 그런 목적으로-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것을 해결하려는 소망- 만들어졌듯이. 지금 인간의 능력의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발달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니 내쫓았던 신을 다시 부르고 그가 있든없든 소망을 빌어본다. 비나이다~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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