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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히유영 Feb 03. 2023

아이 없는 삶이 불안할 때는 책을 읽는다

<아이 없는 완전한 삶> (엘렌 워커 저) 북 리뷰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매우 공감되는 말이다. 최근 <아이 없는 완전한 삶>이라는 책을 읽으며 나의 비출산 결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있다. 더불어 내 인생에 골똘히 집중한다. 생각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한다.


생각하지 않고 ‘막연하게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아이를 낳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나름 행복할 수도 있었을 거다.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순리일 때도 있으니까, 아마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겨서 출산까지 갔더라도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마 지금과는 너무 다른 삶이 펼쳐졌겠지.


사람은 누구든, 자기 삶을 합리화하고 싶어 한다. 내 선택에 절절히 후회한다면 모두 우울증에 걸려 죽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생존 본능적으로, 내 삶을 정당화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흘러가는 대로 이 사회에 순응하며 사는 것일 테다.


사회가 원하는 기준대로 인생을 산다면 부침이 없을 게다. 조금이라도 다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힘들다. 이래저래 주위에서 잔소리가 많고, 훈계를 들어야 한다. 남들 사는 대로 사는 게 뱃속 편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아들이, 내 딸이 덜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부모님들의 마음이다. 부모님 세대는 대체로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잘 모르시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의사 결정에 필요한 모든 요인을 검토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제일 적합한 답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이때 무엇이 우리의 정서를 자극하는지를 확실히 알고, 간간이 회의가 밀려들지라도 이것이 정상 감정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인생에서 중차대한 결정을 내리는 일인 만큼 당연히 동요하고 주저하며 때로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후회하기도 하는 법이다.”(p121)


모르는 영역은 불안을 초래한다. 그런 면에서 내 고민은 해석이 된다. 실은, 난 불안하다. 매번 흔들리고 순간순간 괴로울 때가 있다. 뭔가 잘못 선택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고, 다큐를 본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 어디 없나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아이 없는 완전한 삶>은 그런 과정에서 내게 찾아온 책이다. 이 책의 저자(엘렌 워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 있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의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료를 찾고 통계를 조사하고,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모았다. 그들의 생각을 들으며 자신의 아이 없는 삶에 대해 분석하고 결론 내렸으며, 긍정적으로 정당화했다.


“나는 누군가 부모가 되기로 했다고 해서 옳은 결정을 했다느니 아니라느니 하며 멋대로 판단하지 않을 겁니다. 부모가 되는 일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어야 합니다. 자녀를 갖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들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지요.”(p112)


이 책은 아이를 낳는 문제를 ‘선택'이라고 말한다. 우연이 아닌 선택으로 인해 아이 없는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나는 40 평생 살면서 임신과 출산을 ‘선택’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겼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난(지금도 기독교인이긴 함.), 한때 아이를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 굳게 믿었다. 지금의 나는 그 선물을 거절한 셈이 돼 버렸다. 아이 없이 살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선물은 번민을 일으킨다. 이 선물을 집에 들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가게에 가서 교환 환불을 할지 말지 고민한다. 하다 못해 물건을 놓고도 고민할 수 있는 문제를 하물며 내 인생을 들었다 놨다 할 법한 어마어마한 ‘아이'라는 선물을 덮어 놓고 받아야 할까? 공평하신 하나님이 누구는 이 선물을 주고 누구는 안 주고 하시는 걸까? 하나님이 선물 주지 않기로 한 인간에게, 굳이 인공 임신을 해서 출산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일까? 생각은 생각을 낳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런 고민을 8년간 하다 보니 결국 난 자연스럽게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인간이 됐다.   


아마, 이 책에 나온 이야기는 모두에게 100% 맞는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결국 인생은 자신이 최대한 행복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스스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아마 아이 있는 삶에 만족하며 산 여성이 그런 <아이 ‘있는’ 완전한 삶>을 썼다면 전혀 다른 얘기들이 펼쳐졌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얼마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행복해졌는지, 아이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할 정도로 아이가 자기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서술할 것이다. 어쩌면, <아이 없는 완전한 삶>보다 훨씬 흥미진진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 보면, 결혼과 출산은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다. 이 두 가지가 없다면 세상에 일어날 갈등의 3분의 2 이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타인과 나 자신을 바닥까지 보게 하는 결혼, 자신을 통째로 다른 존재로 바꿔 주는 출산. 영화나 드라마에 있어서 결혼과 출산이 없다면 소재가 될 만한 게 얼마나 있을까. 결국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가족의 얽힘이 하나라도 들어가야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아이 없는 내 인생에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아이 없는 삶을 택했지만,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싶다. 출산으로 인한 혈연의 얽힘이 없어도, 건강한 드라마 소재는 무한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출산을 했더라면 내 아이를 돌보는 데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에너지를 떠올려 본다.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나 했을 법한 자아 성찰, 내 아이로 인한 자아 성찰 말고 어느 영역에서 자아 성찰을 할 수 있을까. 눈을 감고 찬찬히 까만 우주를 상상한다. 우리 엄마가, 우리 아빠가 가지 않았던 길을 씩씩하게 걷는다.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각자의 사정에 따른 타당한 선택이고 의구심을 품을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 아는 단계까지 사회가 성숙해졌으면 좋겠어요.”(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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