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리더를 원합니다
인사부고(혹은 부음인사)라고 한 번쯤 들어보셨죠? 이런 지면에 들어가게 되면 여러 회사들의 (직급이 어느 정도 높으신 분들의) 승진 인사부터 (어쩌면) 부서 이동까지 다양한 걸 확인할 수 있답니다. 계열사가 있는 어느 정도 규모가 큰 회사면 누가 어디로 갔는지 헷갈릴 정도로 대대적인 변화가 있기도 하죠. '안물안궁'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알만한 대기업의 C레벨 인사면 언론사에서 특별히 다뤄주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삼성전자(코스피 1위 기업)와 같은 '슈퍼' 대기업들 말이죠. 반면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은 사실 찾아보기도 어려운 수준이랍니다. 이것도 '안물안궁' 대세에 지장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잘 챙기다 보면 이런 작은 기업들이 언젠가 중견회사가 되고 대기업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네이버도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확장하고 성장을 거듭하면서 분당에 거대한 빌딩이 2개나 있는 '슈퍼' 대기업(코스피 10위 기업)이 됐으니까요. '만에 하나', '혹시 모르니까', 설마 했던 일들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죠. 아 이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닌데.
90년대생 CEO
아무튼 예전에 스타트업 회사들을 몇 차례 만나본 적이 있는데요. 꽤 나이 어린 분이 실무자라면서 명함을 내밀었는데 '대표이사'더군요. 회사를 대표하지만 어쨌든 실무도 병행한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이사 아닌 진짜 실무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답니다. "대표님이 카이스트 나오시고 회사를 차리셨는데 군대에 가셔서 공석입니다. 저도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대표이사가 군대에 있어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대표는 90년대생이었고 학교를 다니던 중 창업을 했으며 한동안 회사를 키우는데 집중하느라 미필이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90년대생이 회사를 창업해 파운더이면서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그리 어색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결코 적지 않거든요. 실제 나이가 젊다고 해서 그 회사가 (회사 운영이나 분위기 등) 전반적으로 '젊다'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기존의 세대들이 운영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겠죠. 약간이라도 말입니다.
70년대생이 왔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약간의 인사이동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60년대생이 자리했던 리더 자리에 70년대생들이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죠. 60년대생이라고 해서 반드시 '꼰대'가 있는 건 아니었으나 대다수가 그런 부류이긴 했습니다. 그만큼 회사가 좀 올드한 편이기도 했죠. 70년대생이 왔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요? 이들은 사수였던 60년대생들과 꽤 많은 시간 어울렸을 것이고 60년대생들이 몰래 쥐어준 꼰대의 바통을 고스란히 이어받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아서 머리를 긁적이며 업무를 챙기는 중입니다. 하지만 업무라는 것도 아예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익히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처음 다니는 새로운 직장도 아니고 본래 다니던 회사 내에서 자신의 업무를 누군가에 내어주고 약간의 새로운 업무를 받는 것이니까요. 이제는 그들이 리더 자리에 올라 업무를 총괄해야 합니다. 덕분에 부담이라는 것도 있겠죠. 리더라는 자리는 누군가에게 지시를 하고 감독만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리더라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합니다. 리더십이라는 단어 하나에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70년대생들이 기존 세대에게서 올바른 리더십을 위한 꿀팁을 제대로 배웠다면, 또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또 뜯어고치고 개선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회사는 올드할지언정 그들이 차지한 리더라는 자리에서 이후의 세대(소위 말하는 MZ 세대)와 함께 고민하고 머리를 맞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평화롭지 않을까요? MZ세대들 역시 조금씩 '세대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해도 서로 소통하는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네요. 소통하지 않고 공감하지 않으면 벽만 높아질 테니까요.
결국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직장인에게 회사는 돈벌이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워크데이 기준으로 보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집보다도 더욱 오랜 시간 활동하는 곳이니까요. 가족만큼은 아니어도 가족만큼이나 서로 소통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공과 사'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서로 응원하고 배려하며 힘이 되어주는 구성원들이 있기도 하죠. 지금의 70년대생 리더들이 구성원들과 적극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물리적인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고 보면 언젠가 70년대생들도 퇴직을 하게 될 것이고 그 빈자리에 80년대생, 90년대생들이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되겠죠. MZ세대가 아닌 알파세대가 그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직장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리더라는 개념으로만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죠. 많고 적음이야 늘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