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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뉴스가 지겨우신가요?

by Pen 잡은 루이스

요즘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볼만한게 얼마나 많은데, 뉴스 따위 보겠어?”라는 단순히 부정적 의미보다는 실제로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문득 궁금해졌다. 생성AI가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온 뒤 포털 트래픽이 크게 줄었다는 얘기를 자주 듣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국감에서도 언급된 이슈다)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같은 포털을 경유한다. 그러니 감소폭은 생각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AI의 직.간접적인 영향도 있지만 OTT,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쓰레드 같은 모바일 콘텐츠도 뉴스 소비를 잠식해버렸다. 숏폼 영상만 봐도 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유튜브, 틱톡 같은 동영상 플랫폼은 물론이고 인스타그램 릴스에 네이버, 카카오톡에서도 쇼츠를 볼 수 있다) 포털 뉴스 소비가 줄면서 언론사가 집착했던 ‘트래픽’은 말라가는 중이다. 사람들은 본문보다 댓글만 보거나 제목만 훑고 지나치기도 한다. 이제는 대놓고 “제로 클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뉴스는 이제 '알아야 할 정보'라기보다 '멀리 하고 싶은 소음'처럼 여겨질 정도다. 신발이나 옷 사는 것도 아니니 언론사 브랜드에 관심 두는 이는 드물고 정치 성향에 맞춰 그나마 '이런 기사는 누가 썼나' 확인하는 정도다. 솔직히 정치 공방은 너무 지겹다. 서로의 이데올로기 싸움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걸까. 자극적인 제목은 피로감을 왕창 더한다. 개선의 여지가 없으니 불신만 쌓인다. 그렇게 독자들은 각자의 정보 거품 속에 갇혀 버린다. 중립이던 사람도 어느새 한쪽으로 기울고 무신론자도 맹신론자가 되는 시대다. 인정하기 싫어도 언론은 여전히 중요하다. 아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에 AI의 영향이 더해진다. 생성AI는 기사를 요약한다. 가독성이 너무 좋다. 그러나 여전히 할루시네이션이라는게 존재하고 있고 때문에 (진짜 같은) 가짜뉴스의 위험도 크다. 팩트체크를 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팩트체크를 하는 동안에도 팩트체크가 필요한 기사들이 훨씬 더 많이 그리고 빠르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왜곡된 정보를 신뢰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유튜브나 SNS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원하는 주제만 골라보는 ‘뉴스 필터 시대’는 공통의 사실보다 개인화된 해석만 남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뉴스를 덜 읽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는 쏟아지는 중이다. 무엇을 신뢰해야 할지, 이젠 저널리즘이 아닌 알고리즘이 정하는 시대다.


아무리 테크놀로지가 급변한다고 해도 언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줄어들었으면 줄어들었지) AI가 결코 걸러내지 못할 가치 있는 뉴스는 여전히 필요하다. 수십 건의 보도자료 대신 맥락을 짚고 깊이를 더한 기사,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사실 그대로, 독자가 스크롤을 멈출 정도로 중요한 메시지가 담긴 국민의 '진짜 알 권리' 말이다.


지금 필요한 건 독자와의 신뢰 회복이다. 자극적인 제목달기에 혈안이 될게 아니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인터랙션이 중요해졌다. 인공지능은 관계를 끊는 필터가 될 수도 있지만 유용하고 바람직하게 활용한다면 신뢰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도 있다. 언론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뉴스는 차고 넘쳐 피로감이 쌓일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저널리즘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저널리즘은 다시 출발선 위에 섰다. 독자를 위한 진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고민할 줄 아는 진짜 저널리스트와 스마트한 인공지능이 함께 모색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가 생긴 셈이다. 그 질문의 해답은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비춰줄 것이며 독자가 다시 언론을 찾게 될 마지막 이유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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