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좀 보려고 언론사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내용을 볼 수가 없었어"
아주 후킹 강했던 기사 제목을 보고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해버렸다. 아차차, 이건 잘못됐다고 생각한 순간 페이지는 열렸고 난 그곳에서 허우적거렸다. 기사 본문 내용을 읽어보기 어려울 정도로 광고가 쏟아졌다. 마우스를 잘못 움직이면 배너를 스쳐도 광고 페이지가 열리기도 하는데 팝업에 배너까지 하나하나 '엑박(엑스박스, 닫기)'을 찾기도 어려울 정도다. 엑박도 잘못 클릭하면 또 다른 광고 페이지로 이동해 버린다. 난 기사를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리저리 납치당하는 기분이다. 요즘 언론사들 광고가 꼭 이런 모양새는 아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난잡하게 펼쳐놔야 하는 걸까? "당신이 과연 광고를 피해 갈 수 있을까? 어디 닫을 수 있으면 닫아보시지?" 은근히 조롱당하는 기분까지 든다.
언론사들은 트래픽을 모으기 위해 여전히 안간힘이다. 늘 그렇듯 기사 타이틀을 자극적으로 달고 있고(** 예전에는 옐로페이퍼가 가장 심하긴 했다. 지금도 다르진 않은 것 같다) 포털 노출에 최적화된 기사들을 쏟아내기도 한다. 독자가 좋아할 만한 기사가 아니라 포털 입맛에 맞는 기사 제목을 달고서 말이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린 기사는 곧 클릭으로 이어진다. 클릭은 트래픽이 되고 트래픽은 곧 돈이 된다. 포털 의존도가 높은 언론사들에게는 당장 광고 수익이 생길 수 있겠지만 수익 구조의 불안정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도 있다. 포털을 포함해 뉴스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바꾸거나 노출 방식을 조정하는 등 정책을 바꾸면 순식간에 매출도 출렁이게 된다. 포털은 언론사들의 기사를 구매하는 일종의 콘텐츠 제공 계약을 맺는 '갑'의 입장이면서 돈을 내고 구입하는 소비자의 입장이기도 하다. 돈을 내가면서 기사를 구입하는 유상 계약도 있지만 무상으로 주고받는 관계도 있다. 뉴스를 노출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독자들을 위해 조금씩 정책을 바꾸는 것이라 말하지만 콘텐츠를 돈 받고 판매한 언론사 입장(굳이 따지고 들자면 '을'의 입장이긴 함)에서는 (포털 등의 플랫폼이) 야금야금 영악하게 알고리즘을 바꾸는 것이라며 볼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말을 하려고 한건 아니지만, 아무튼.
정부 정책에 따른 포털의 대응이나 전략도 자주 바뀌긴 했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부터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인플루언서까지 익히 알려진 셀럽들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댓글을 차단하는 등 뉴스 소비 환경 자체가 다양하게 변화되어 온 것이다. 여기에 AI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네이버가 '에어스(AiRS, AI Recommender System)라고 부르는 AI 추천 알고리즘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2017년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인공지능은 전보다 더 똑똑해졌고 정교해졌다. 지금 와서 보면 그 당시의 AI 추천 알고리즘이 촌스러울 지경이다. 인공지능이 끼친 미디어의 변화가 뉴스가 걸려있는 각종 플랫폼에도 깊게 스며들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언론 산업의 지형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기사 생산 과정의 자동화 말하자면 '기사 생성' 같은 개념과 악성 댓글에 대한 감지와 후속 조치, 전보다 더 정교해진 뉴스 추천 알고리즘과 다양한 유저들의 초개인화, 그에 따른 맞춤형 광고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상황이 많이 바뀌긴 했다. 그렇다면 작금의 시대에 언론사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 저널리즘도 중요하고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다지만 여전히 옐로 저널리즘은 존재하고 있고 '기레기'라 불리는 저널리스트도 분명히 존재한다. 트래픽을 모으기 위한 몸싸움도 여전히 치열하다.
위에서 언급했던 광고 기반의 한계를 넘어서는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 언론사는 구독 멤버십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광고 매출은 계속 줄어드는 와중 실제로 지갑을 여는 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정도가 아닌가. 곳곳에서는 해외 미디어처럼 페이월이 등장하고 있으니 멤버십 혜택이라는 것도 기본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심지어 이곳 브런치에도 멤버십이 있다는 점). 단순한 뉴스 제공을 넘어 충성도 높은 독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 된 것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AI 빅테크와 언론사 간의 협업 모델이다. 검색증강생성이라 불리는 RAG 기술을 활용한 AI 서비스는 방대한 기사 아카이브를 학습 데이터로 삼아 신뢰도가 높은 답변을 생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언론사가 가진 콘텐츠는 굉장히 중요한 리소스가 된다. 빅테크-언론사 간의 계약 관계를 보면 어떨까. 단순히 언론사가 가진 기사를 학습하는 것뿐 아니라 AI 요약에 원문 링크를 삽입해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금전적 보상까지 쥐어준다면?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뉴스가 걸려있는 포털 독점 구조를 벗어날 수도 있으며 AI 빅테크와 직접적으로 수익 배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AI 빅테크가 언론에 관심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AI 빅테그가 언론에 아주 관심이 없진 않다. 팩트체크가 잘 된 콘텐츠라면 더할 나위가 없는 학습 데이터가 될 수 있다.
협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느냐’다. AI 빅테크가 언론사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무작정 찾아가 읍소에 가까운 요청을 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협상 카드를 들고 가야한다. "아무리 인공지능 시대라고 언론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걸 몰라?)"라는 주장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려워졌다. 언론이 가진 신뢰성, 언론사 가진 콘텐츠의 저작권 이슈 그리고 방대한 콘텐츠 아카이브라는 디지털 자산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두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너네 이거 막 쓰면 아주 혼나!' 라고 경고해봤자다. 막 썼다고 해도 사실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냥 좋게 좋게 가는게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협업 모델은 중요하다. AI 빅테크와 언론사의 협업 관계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걸린 이슈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 같다. 광고와 트래픽 중심의 불안정한 수익 구조를 넘어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독자를 붙잡아야 한다.
인공지능은 검색이며 추천 방식까지 거대한 변화를 몰고 왔다. 독자가 키워드를 입력해서 기사를 검색하는 액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가. 키워드가 아닌 '질문(쿼리)'을 던지면 인공지능이 문맥에 맞는 답을, 그러니까 유저가 원하는 답변을 조합해서 생성해주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래픽이라는 것이 절대적 지표가 아니라는 점. 굳이 목숨 걸고 트래픽을 확보해야 할까? 충성도 높은 독자를 붙잡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할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머무는 체류시간부터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또한 생성AI를 검색에 도입하는 요즘의 트렌드가 있긴 하지만 어떠한 기능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꼼꼼한 스케치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냥 있으니까 대충 가져다 쓴다고 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력 낭비에 GPU 낭비만 될 뿐이다. 인공지능은 언론사에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트래픽만 바라보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