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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야간알바를 다녀와서~

무한 까대기 노동하고, 술 쉬고, 돈 벌고

by 화창한오후

물론 넉넉하게 살면 갈 생각 안했겠지만 그런 것도 있고, 또한 나태해지는 내 삶에 어떤 활력도 필요했다.

언젠가 알바 사이트에 등록으로 쿠팡 카톡은 여러 번 들어오던 중.

드뎌 오늘은 날을 잡았지. ㅎ


오늘 낮기온 38도...

나는 저녁 6시 30분~새벽 1시 30분 약 7시간 근무를 자원했어.


15분 전, 벌써 사람들 쿠팡 물류창고로 많이 걸어간다. 나는 이들을 따라 올라갔다.

출근체크, 혈압 측정, 온열질환 등 주의사항 설명 듣고, 간단한 스트레칭 다 같이 한다.

어쩌면 그동안 많이 다녔던 마라톤 대회장 비슷함 느껴진다.

풀코스 마라톤도 여러 번 경험 있는데 이건 달리는 것보다야 쉽겠지..라는

자신감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일하면 약 8.3만 원이 일당에 프로모션 추가 5만원 더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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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한 어떤이 따라 도착한 곳. 넓은 폭에 고무컨베이어 벨트 앞.

트레드밀 속도로 치면 대충 15km/h 될 거 같다. 빠르다.

이 위 배달될 박스를 바코드가 위로 보이게 올려만 두면 되는 일.

높게쌓은 박스는 빠레트로 실려 두줄로 놓여졌고, 랩을 커터기로 찢은 후 일은 시작했다.

나는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요령이 없었던 걸 나중에 알게 되지만..

누가 유심히 보는지 모르겠다. 상관없이 쉬지 않으려 했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 했다. 나는 그런 놈이니까.

약 두 시간 정신없이 하던 중 멈춤 지시. 약 15분 쉬는 시간 이란다.

'이제 몸 좀 풀었나?' 건방진 생각은 잠시 발바닥이 피곤을 알린다.

아니 벌써? 이 정도에?

여기서 주는 안전화 신은 것이라 원인을 돌려본다.


다시 시작. 쉼 없는 무한반복 + 끝 없이 몰려오는 박스 쓰나미.

밤 11시쯤 되니까 확연히 동작은 느려지고 체력도 떨어진다.

이제 두 시간 반 남았지? 멀기만 한데 힘을 내자

중간중간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들이 시원한 생수를 전해준다.

등에 파스도 뿌려주고 포도당 한알도 전해주는데 이걸 먹으니 약 15분 고갈된 체력이 보충되었다.


여기서 많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

또한 다른 이와 대화도 필요 없다.

그냥 로봇처럼 움직인다.

컨베이어에 박스만 올려두면 되는 나는 쿠팡 기계 된 기분이다.


그냥 바보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낮아진 박스 들으려 허리 숙이는데 이젠 한 팔 짚어야 하는 느린 일꾼이 되었다.

풋내기는 힘만 쓰면 되는줄 알았지 이렇게 장시간 바쁠줄 몰랐던 것이다.

이것은 풀코스 마라톤과 유사했다. 오버페이스 한 것.


힘 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높은 식품박스를 툭툭 밀어던졌다.

'컨베이어로 가는데 문제없네?'

아! 힘을 덜쓰는 방법을 깨우쳤다.

처음에 그럴듯한 계획은 운동삼아 였지만

이건 운동아닌 노동이었다.

한쪽 방향만 90도로 허리 돌린다. 다시 돌아와 똑같음에 싸움.

움직이는 근육만 집중적으로 쓰는 방식인 거지.

새벽 1시경.

일 마치는 스피커 소리.

지시에 따라 그동안 쌓인 랩을 옮겨 버리고 바닥에 떨어진 잔재들 정리한다.

이제 끝났다 싶은 안도감과 함께 마무리 하는 일은.

힘 들다기보다 진이 빠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마라톤 골인뒤 메달 받고, 간식받던 때와같이 흐물거렸다.

돈 내고 밤새 달리는 대회에 나가는 사람들 많이 알지만

이건 돈까지 받는 마라톤 대회라는 생각이 들었지. ㅎ

'쿠팡펀치' 어플에서 체크아웃 하고, 스탭 확인 받으면 업무 끝.


서둘러 돌아가는 많은 사람들.

이들 뒤를 따르는 퇴근 길. 혼자 온 내가 아는 사람은 없다.

돌아가는 사람 대부분 일행이 있는 듯 맑게 웃는 대화가 경쾌하다.

가족이 있는 각자에 집을 향해 셔틀에 올라탄다.

난 자차로 7분 거리.

돌아온 집. 귀때기에 잔뜩 쌓인 소금기. 개운한 샤워로 날렸지만

아직 몸은 열기가 남아있어 바로 잠들지 못 했다.

결국 세시 넘어 잔 것 같다.

아침 8시경 기상.

러닝모임은 당연히 못 갔지만 나에게는 다른 게 남아있다.

근육통.

기록으로 남겨보면

- 손가락 마디마디 -> 박스 대부분 가볍다. 손가락 끝으로 잡고 나르는 반복 동작 때문.

- 왼쪽 엉덩이와 그아래 허벅지 (랩커팅, 낮은박스 들기위해 앉고 일어남을 셀수 없다. 그리고 한쪽으로 몸 돌린것.

- 그리고... ... 등근육 잔잔한 통 and 어딘지 알 수 없는 신체 골고루 자극들.


아마 다음에 다시 할 때는,

오버페이스 조심하고, 툭툭 던지듯 힘을 덜 쓰며 장시간을 대비 할거다.

이것도 다시는 안 하지 싶지만

마라톤 첫 참가가 그랬듯 망각이 오고 또 할거 같긴 해..


뜻밖에 좋았던 결과.

그동안 변동 없이 유지하던 체중감량 - 1.5kg.

일가기 전 일찍 먹은 저녁식사 + 대량에 노동.

+ 늘 마셨을 술을 뺏기 때문.


쿠팡 한번 더하면 끝내 손잡을 수 없었던 70kg도 가능하겠는데?


살 빼는 게 이리 쉬운 거더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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