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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길치이고...

숫자에 매우 약한 사람입니다.

by 화창한오후

숫자에 매우 약한 사람입니다. ”

어떤 공부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내 머리를 나쁘게 생각한 적은 없었던 건, 다만 집 형편이 어려워 공부 조금 못한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나이들고 다시 생각해 보니까 그게 아니란 것도 알았는데요.

아마도 그냥 머리가 평범 정도나 그 아래?

그렇지만 공부를 못한 건 꼭 머리가 나빴다기보다 안 맞던 건 아닐까?

그래도 국어/국사/사회는 평균 이상 점수를 받았는데 공평(?)하게 공부는 안했었습니다.


살아보니 어떤 사람은 숫자를 보기만 해도 외우는 사람 있었고

숫자가 어려운 나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한번 간 길을 정확히 다시 찾아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열 번을 가도 늘 헤매기만 합니다.

('분명히 이 길이야 생각났어' 하면 꼭 지난번 틀렸던 길로 다시 가는 나를 발견)

안 배웠지만 음악 잘하는 사람,

운동 잘하는 사람,

그림 잘... 등.. 각자 타고난 것은 다양합니다.


그중 이과와 문과로만 구별해 보자면

수학 수업은 한 귀로 듣고 빠지는 게? 아니라..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핑계 댈 거 없이 영특한 머리였으면 그럴리 없었을 겁니다.

한참 지나고 나서 마라톤이란 걸 하는데 장거리 러닝은 많은걸 다시 새롭게 보게 해 줍니다.

달릴 때 저는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한가닥으로 다듬습니다.

'글로 쓴다면?'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건데.

지금 느낌 날아가지 않게.. 또 잊지 않기 위해 계속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리가 되고 기억에 남겨집니다. 러닝 중 생각을 카페에 많은 후기로 남겼죠

저는 다 그런 줄 알았는데 같이 달리던 친구(닉네임 맨발)와 그때그때 드는 생각을 떠들었더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달릴 수 있냐?"라고 하더군요.

이런 돈 안 되는 몰입 시간.

매번은 아니고 가끔 생깁니다. 남들은 어떤지 모릅니다.

내가 하는 몰입에 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럴 때면 나는 * 모든 게 멈춰진 시공간 *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됩니다.

또 있습니다

학창 시절. 교실에 가끔 나타나던 힘센 운동부한테 한 대 맞은 적 있습니다.

억울했는데..

다 지난 뒤 공상 속에서 그 친구를 능욕했고, 때릴 때 잘 피하고, - 그때 이렇게~저렇게 - 당시 못한 행동을 다양화하고 상상.

여러 각도로 그 상황을 그려봤습니다. 스트레스는 생각할수록 쌓여가면서. 윽

맞아요.

저는 아무래도 문과 쪽 같습니다.

숫자 장애가 있고, 심각한 길치인데, 혼자 생각 깊고, 외향적으로 보일듯한 대화를 잘합니다.

수없이 떠든 것 중 머리에 남는 게 있으면 글로 쓰고 싶어 하고 그러다 잊어버리고 또 생각나고.


이과적 특성이 있는 친구들 보면

숫자로 분석 좋아해서 남에 개인기록까지 외우고 있더군요.

저는 그런 거 못합니다. 할 수가 없고 기억에 남길 수도 없습니다.

남에 숫자 능력은 참 부럽습니다. 업무적인 능률이 얼마나 높을까요?


20년 전 읽었던 미국 GE사 CEO 잭웰치 자서전.

이 분은 어떤 이를 가리키며 숫자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고 자기와 비슷하다며 좋아했습니다.

거대기업 제너럴 일렉트리사에 다음 CEO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요.

숫자 좋아하는 사람이 후임 총수가 되었을 겁니다.

만약 이런 걸 운영하는 자리에 전형적인 문과가 후임 회장 된다면?

제 생각에 약간 이상하고 어색하긴 하네요.


내가 지니지 못한 능력. 숫자 밝음.

내 타고난 성품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걸 인정합니다.


이 세상은 넓은데 이과+문과 복합성 다능력자도 있을 겁니다.

최근 고교에서 문/이과 구별이 없어졌다는 말도 들은 거 같네요.


만일 천성 이과가 문과 직업을 갖는다면?

반대로 문과가 이과 업무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저도 이렇게 나이 먹을 때까지 안 맞는 곳에서 엄하게 고생 많이 한 거 같습니다.

처음부터 명확히 자기에 종류(?)를 알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합니다.

너무 한쪽으로 말했나요? 문과 이과만 있는 것은 아니죠.

우선 남녀 차이도 있고, 외향적, 내향적 등등..

그러다가 얼마 전 들은 새로운 구별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익적 사람 vs 사익적 사람.

-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 vs 남 관심 없이 나만 생각하는 사람

- 나눠주는 사람 vs 챙기기만 하는 사람.

- 청렴한 공무원 vs 뇌물 챙기는 공무원.


물론 공익적인 사람도 꼭 선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인간은 원래 사익적 존재입니다. 그 힘으로 문명이 만들어졌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 다 알죠? 가만 생각해 보면

세 살 무렵, 그 인생에 천성을 처음 보인 것 아닐까요?

애기를 키워보면 알게 되는데 그토록 어릴 때 나타난 개성은

청년이 돼도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문과 vs 이과.

극단적 한쪽만 가진이는 드물 거예요.

- 공적 사람도 욕심이 날 때 있고

- 사적인 사람이 타인에 헌신할 때도 많습니다.


결국 복합적이지만 중심은 어느 쪽으로 기울었냐 라는 건데...


이렇게 쓸데없이 긴 이야기를 쓰고 있는 나는?....

이런 하찮은 글 다 읽은 당신이?


문과 맞을 겁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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