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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미 Jul 21. 2016

사탕수수 쥬스

여행은 이렇게나 뜬금없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인도의 대표 음료라고 하면 대부분 라씨를 떠올리겠지만 나에게는 사탕수수쥬스가 떠오른다. 바라나시에서 더운날 마셨던 사탕수수쥬스가 매우 달고 시원했기 때문에 나는 그 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생과일쥬스 전문점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집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사탕수수쥬스"라는 글씨에 이끌려 주문까지 했다. 그리고 역시나, 기대했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런데 계속 마시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더이상 그 때 그 맛을 기억하고 있지 않아서 비교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여행에서 남는건 사진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음식을 찍으면 다시 볼 때마다 그 맛이 떠오를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에야 깨달았다. 여행에서 남는건 그저 감정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져서 그날이 얼마나 더웠는지, 사탕수수쥬스가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그때 행복했던 감정만 남아있는 것이다. 사탕수수쥬스를 즉석에서 내려주던 아저씨가 (무슨얘기를 했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재밌었던 감정과 함께.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이 오늘 사탕수수쥬스를 다시 사먹게 했고, 오랜만에 3년전 여행사진을 찾아보게 했다. 마치 그 때 그 감정을 잊지 말라는 것 처럼.


여행은 이렇게나 뜬금없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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