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왜 난 잘 하는게 없지?
가족, 친구, 학교 외의 커뮤니티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는 초반 3, 4년간의 회사생활이 쉽지 않았다. 커피 타는 법, 건배 시 술잔의 위치 등 술자리 예절, 기타 회사 내에서의 생활 등이 생소하고 어려웠다. 그때는 내가 제대로 된 군 생활을 못 해봐서 조직 생활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넌 할 줄 아는 게 뭐냐?”, “한잔 하고 정신 차려”, “넌 잘하는 게 뭐냐?” “없으면 술이나 마셔” 하며 그들이 아닌 술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못 하는 게 아니라 몰랐던 것이고, 그들이 꼰대 아니 도라이, 미친놈들이었다. 그런데도 7년간 그 회사에 다니면서 변하지 않았던 것은 꼼수보다 정직하게 생활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말로 윗사람을 속이는 것보다 실제 성과, 데이터로 보여주길 원했다. 100퍼센트 먹히지 않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시도했던 다양한 일들은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한 줄씩 기록되어 있다.
그들 사이에서 살아남고 인정받기 위해 나를 내려놓고 그들과 동화되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잠깐 몇 개월간의 기간이었지만 참 다루기 쉬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이상 동화작업은 그만두고 얼마 후 퇴사했다.
사업의 미래보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썩어서 정화 불가한 물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의 기본적인 성향과 맞지 않았다. 꼼수나 거짓보다는 정직하고 명확하게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고 싶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퇴사 이후의 다양한 경험은 지금의 나로 만드는데 큰 에너지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고,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나는 변했거든.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타인과의 관계가 더 중요했다.
손 위, 아랫 사람 할 것 없이 존중, 배려, 다정함을 한 방울씩만 첨가하더라도 다른 세상이 펼쳐짐을 지켜보았다. 물론 개노답인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손절이 답.
타인에게 관심을 주면서 나에 대한 관심도 자연히 늘어났다. 그들에게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분명 나도 잘하는 게 있었고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걸 나 스스로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나를 대하는 태도, 타인을 대하는 태도였다. 정직하고 똑바로 볼 줄 아는 시선과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성장시킬 의지가 있는 태도를 통해 나를 변화시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가 봐도 너무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를 예뻐해 주는 사람이 있고,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전에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오롯이 선택과 마음가짐, 내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를 조금씩 바꿔가면 달라지는 이 땅의 풍경과 이야기를 꾸준히 보고, 듣고, 나누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