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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K May 11. 2016

<鬱陵武陵> (1)

울릉도가 무릉도라 불렸던 이유에 대한 탐색

모두의 주목으로부터 반 뼘 벗어나 있는 섬


울릉도로 여행을 가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상당수의 반응이 놀랍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울릉도는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없는데다, 배로도 3시간 전후로 되는 길을 가야 하며, 서울에서 가려면 동해안까지 먼저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항상 독도와 같이 언급되어서 그런지 울릉도는 사람들에게 독도를 가는 기착지 정도로 여겨진다.

어쩌면 동해안에서 먼 수도권에 사는 2~30대의 젊은이들에게는 일본의 여느 도시보다도 먼 섬으로 느껴질 것 같다.


사실 그 점이 바로 울릉도를 보다 돋보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이유였던 듯하다.

바로 울릉도가 가지고 있는 울릉도 스스로만의 매력을 느끼고 싶었다.

결론부터만 이야기하자면, 울릉도를 지금 다녀와서 정말 다행이고 정말 행복하다.




울릉도는 접근하기 어려운 섬이다


울릉도로 가는 배의 결항률이 25%에 이른다고 하였고, 실제로 지난 겨울에는 보름 가까이 항로가 통제되는 사태가 생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들 때문에 울릉도에 공항을 건설한다고 한다. 울릉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것이나, 제주도처럼 지나친 개발이 이뤄질까 두렵다. 내가 만난 울릉도는 한국의 평범한 어촌 같은, 그렇지만 그 어촌 속에 풍부함을 담은 동해안의 무릉도원 같은 섬이었다.


울릉도 가기가 어렵다는 말에 울렁울렁거리는 배를 타서 울릉도라는 말에 걸맞게, 연휴가 시작되던 5월 5일 서울에서 포항까지 가는데도 5시간이 넘게 걸렸다. 한 시간만 늦게 출발했어도 아마 배를 못 탔을 일이다.


포항 앞바다는 이렇게 평화로운데... (2016.5.5. 영일대)

연안은 따사롭고 태풍을 능가하는 저기압이라던 며칠간의 날씨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평화로웠지만, 울릉도는 먼바다에 있는 섬이라 이를 보고 출항이 쉽겠지 예상하면 안 된다. 예상 시간보다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출항이 가능해졌고,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한 나는 배를 타자마자 긴 잠에 빠져들었다.


서울에서 로스엔젤레스를 갈 시간만큼이 지나, 울릉에 닿다

울릉에 닿았다. 사진에서 보듯 어느새 저동항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다.


렌트카 아저씨가 도동에서는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 간단한 이유 때문에 도동 대신 저동항에 있는 수산물센터로 갔다. 울릉도에서 광어처럼 보이는 것은 광어가 아니고 가자미(도다리)이고(도다리와 광어는 아가미의 방향이 각기 다르다! 좌광우도라는 말이 있다) 소라는 생으로 먹는다! 게다가 문어가...정말 크다.


아마 울릉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일 회 직판장에서 사온 요기거리로 첫 날의 저녁이 지나간다.



울릉도 북쪽 봉우리들 바라보기


송곳봉이라고도 불리는 추산. 앞에 보이는 조그마한 섬이 코끼리바위 (2016.5.6.)

둘째 날 아침,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서 보니 이렇게 멋있는 광경이 눈에 띈다.


울릉도를 가면서 가장 가 보고 싶었던 곳은 사실 사진에서 보이는 송곳봉이다. 어쩜 바다 앞에 이처럼 깎아지를 듯한 절벽이 있는 것인지..! 그래서 숙소를 도동이나 저동이 아닌 섬 북쪽에 정한 것도 있다. 숙소를 도동이나 저동에 잡는다면 저녁에 놀기는 편하지만 울릉의 북쪽은 낮에 잠깐 지나치고 만다. 울릉도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그대로 맛보기에는 오히려 섬 북쪽이 좋은 듯하다.


이날의 파도... 울릉의 둘째 날은 바람과 함께 한, 왜 바람이 많다고 하는지 알게 하는 날이었다. (2016.5.6.)

날씨가 좀만 좋았다면... 여름의 울릉은 조금 더 관광하기 좋다고 하는데, 추산과 함께 또 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인 대풍감(待風坎)은 아쉽게도 얼핏 실루엣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대풍감은 울릉에 좋은 나무가 많아 이곳까지 왔다가 육지로 가는 바람(風)을 기다린다(待) 하여 대풍감이라고 한다. 오기 전까지 큰 바람이 부는 곳이라 대풍(大風)감인줄! 그만큼 이 날은 바람만 경험한 날이고 심지어 나리분지까지도 큰 바람이 불어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아침에 추산에서 출발해서 먼저 도로가 끊겨 있는 동쪽의 관음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이 눈호강을 하는 곳이다. 관음도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이와 같이 드라마를 찍어도 좋을 것 같은 억새밭과 반대편으로는 주상절리가 보인다. 그 위쪽에는 밭이 있는데, 이렇게 자투리 땅까지도 밭을 일구어서 마늘이며 여러 채소를 재배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배가 자주 뜨는 지금이 아니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울릉에서 살림을 일구던 분들은 보통 깡으로 살아온 게 아니실 듯하다. 실제로 3시간 걸리는 배가 생긴지 그리 오랜 세월이 된 것은 아니라고 하니...




무릉도(武陵島)라 이름붙여진 이유

바다 밑에 이렇게 먹을 것이 많다니, 멋지지 않아? (2016.5.7.)

우산국(于山國)이 역사책에 기록된 이래로, 무릉도라는 이름이 같이 나타난다. 우리가 아는 그 무릉도원의 무릉도. 어민들이 예전에 먼바다에서 헤매다 이 섬을 신기루처럼 발견하고 이 섬의 산물들을 바라보았을 때 받았던 느낌은 우리가 울릉에서 보고 느끼던 것보다 훨씬 강렬하지 않았을까. 이 섬이 무릉도라 하여 무릉도원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결코 격하시키는 것이 아님을 직접 가서 경험한다면 몸소 느낄 수 있을 터이다.


마지막 날, 배를 기다리며. 행남해안산책로(2016.5.7.)

울릉도는 섬이다. 하여 바다를 기대하고 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인간에게 평지가 아닌 바다와 산은 언제나 두려움과 함께 영감과 꿈의 원천이었고, 울릉도는 섬이라 바다에 대해 1차적으로 느끼고 기대하게 되지만 바다가 주는 기대의 대가가 훨씬 큰 만큼 잘 알지 못했던 울릉의 육지, 그러니까 산이 주는 놀라움 또한 기대를 상회한다. 고등학교 지리 책에서 얼핏 보고 잊어버렸을 울릉의 육지는 어쩌면 한반도의 남쪽 반에서 이보다 신기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독특할 것이다.


(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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