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첫 여행, 가까이 있던 그래서 너무나 멀었던 나의 담양
담양은 사실 나에게 너무 쉬운 여행지였다.
광주에서 중학교를 나온 나에게 담양은 엎어지면 코 닿을 곳, 학생 때나 소풍으로 가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양이 여행지로 떴을 때도 '저기가 왜 그렇게 유명하지'정도의 생각이었을 뿐,
내가 담양에 가서 잘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나의 가장 친한 후배 M이 담양을 가고 싶어했다.
그것이 2015년 12월 31일이었고, 우리는 웃기게도 2016년 1월 1일을 담양에서 맞이하기로 하였다.
소쇄원, 식영정, 가사문학과 정철
광주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할 이것들이 외지인에겐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소쇄원을 들른 게 대학 졸업반 때였으니 2012년 여름이었는데, 이제 2015년 겨울.
몇백 년이나 그 자리에 있었던 소쇄원의 건물들에게 3년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할지
양산보의 몸은 갔으되 더 많은 몸이 소쇄원에 들러 자적(自適)을 청하고 있으니
아마 양산보가 원했던 세상은 오지 않았건만 그 뜻을 알리기엔 이러한 공간이 더 적합했는지도 모르겠다.
흘러가는 물을 붙잡지 않고 만들어 낸 소쇄원의 물길
이 광경이 굉장함을 깨닫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왠지 모르게 100년이 지나야 소쇄원의 진가를 깨달을 것 같은 생각은 내 착각일까
식영정에서 보는 광주호의 풍경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광주는 비록 고향은 아니지만
나를 만들어준 곳, 나를 있게 한 곳이다.
그리고 저 호수 건너편에 그 광주가 자리한다.
저녁, 메타쉐퀘이아길에 들렀다.
이 길은 2012년에도 이미 아스팔트 길이 아니어서 감흥이 덜한 편이었다.
어렸을 때는 이 길을 아버지의 차 안에서 그냥 달리곤 했는데, 이제 너무나도 사람이 많아졌다.
그래도 담양은 담양이다.
소풍같은 동네.
창평국밥은 여전히 맛있고,
김치는 여기가 전라남도구나 확 땡기게 하는 맛이다.
나는 이 굴의 맛이 좋다.
김치에 굴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그건 겉절이나 다름없는 맛이다.
담양은 나에게 항상 푸르른 곳이었던 것이다.
너무 오래 기억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에겐 푸르른 담양을 이제는 자주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2016.01.01~01.02.
潭陽郡/光州廣域市
소쇄원, 식영정, 창평국밥, 죽녹원
blog.naver.com/pine_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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