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팔레르모
2024년 6월 28일
드디어 학기를 마친 동생과 나폴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 시칠리아의 수도 팔레르모에 도착했다. 팔레르모는 섬의 서쪽에 있는 곳인데 위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북아프리카와 이태리 본토와 사이에 있다. 아무래도 나폴리처럼 조금 긴장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시칠리아는 역사가 아주 길고 복잡하다. 기원전 750년쯤을 시작으로 그리스, 카르타고 (오늘날의 튀니지), 로마, 게르만, 비잔틴, 아랍, 바이킹 노르만의 지배를 받았다. 11-12세기 때 노르만 왕국이 시칠리아를 다스렸는데 종교의 자유를 줬고 아랍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라틴어 등이 공용어인 국제적인 곳이였다. (거칠던 북쪽 바이킹들이 따뜻한 남쪽 바닷가 와서 야자수들을 보고 chill해진걸까?) 이렇게 노르만이 종교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했고 개방적이고 관용적으로 왕국을 다스린 덕분에 팔레르모는 12세기 당시에 가장 번영한 문명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그 옛날의 영광을 기반으로 관광산업으로 먹고살고 있으며 이탈리아 북부보다 경제적으로는 한참 뒤처지고 마피아가 질서를 유지하는 곳이 되었다. 섬의 크기가 꽤 크고 서쪽과 동쪽의 역사 유적, 에트나 화산, 바닷가, 와이너리 등 보고 싶은 것이 많았기 때문에 일정을 넉넉하게 잡았고 차도 렌트하기로 했다. 사실 오렌지 꽃이 만발한다는 4-5월에 오고 싶었지만 동생의 학기가 끝나고 와야 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쉽다. 여름에는 아프리카에서 열풍이 분다는데, 문득 동생과 2019년 여름에 했던 풀리아 여행의 악몽이 떠오른다...
아무튼 도착한 첫날이니 무리하지 않고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로 가는 길에 본 마시모 극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박물관 같아 보였다. 짐을 풀고 루프트 탑 바에 경치를 구경하러 갔는데 온 도시에 주황빛이 가득했고 햇살이 아직도 쨍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