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인생에 대해 쉽게 훈수를 두거나, 남들의 고민을 가볍게 치부하며 너무 확신에 차 정답을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잘 믿지 못한다.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의 크심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는가. 하나님을 믿지만, 그럼에도 삶이 해석이 되질 않아 몸부림칠 때가 있다. 인생에 대한 해석은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김정주 작가의 신간, <안녕, 신앙생활>을 읽으며 깊은 위로를 받았다. 신앙생활을 하며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삶을 통과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삶의 여정마다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교회에서, 관계 속에서 신앙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 삶의 자리로 초청한다.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교리에서 그치지 않고, 지식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삶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그의 글은 솔직하고 친절하다. 그 과정 속에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겠지만, 하나님 앞에서의 씨름을 마치고 순화된 언어로 차분히 설명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상처가 잘 아문듯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가슴 깊숙한 곳부터 따뜻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교회의 관습과 전통에 갇혀 잘 보이지 않던 하나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하나님을 오해하고 왜곡하고 있던 신앙을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맹목적인 신앙을 가지고 현실과의 균형감각이 깨져 있었다면 균형을 되찾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분 앞에 한없이 연약한 존재로 서 있는 것이 초라한 것이 아니라, 더없이 안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종교적인 옷을 벗고 두꺼운 가면을 벗고 진솔한 모습을 내보일 용기를 얻게 되었다.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로의 부르심 앞에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사모함이 생겨났다.
책장을 덮을 때쯤, 그분 안에서 마음껏 방황하고 길을 잃을 용기가 생겼다. 그분의 품은 좁은 철장이 아닌 너른 울타리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방황하며 길을 잃더라도 어떻게든 나를 다시 찾아줄 그분을 신뢰하며 신앙의 여정을 이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