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글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페북을 통해서다. 그녀의 글이 좋아 팔로우를 하고 글을 읽을 때마다 글 너머에 있는 작가님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녀의 글에는 찬 바람을 견뎌내고 피어난 꽃처럼 깊은 향이 느껴진달까.
한국에 와서 종이책으로 읽고 싶었던 리스트에 적어놨던 책들 중 하나인 <모두의 입양>을 드디어 펼쳐 읽게 되었다. 한 장, 한 장. 한 줄, 한 줄에 담겨 있는 마음의 무게가 느껴져 조심스레 넘겨 읽었다. 입양에 대해서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를 담담히 전해주셔서 참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입양'에 대한 이해와 이미지는 미디어를 통해서 만들어진 게 전부였다. 가정이 없는 아이에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주는 일, 선하고 아름다운 일, 막연하게 입양을 하는 분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느꼈던 숭고한 이미지가 전부였다. 책을 읽으며 입양에 대해 참 무지했구나 싶다.
책에는 작가님 본인이 세 아이를 입양하며 겪었던 일들과 더불어 여러 입양 가정들을 만나며 느끼셨던 실제적인 고민들이 담겨있다. 환상과 편견의 껍질에 가려진 이야기들이 아닌, 매일의 삶 속에서 마주해야 하는 치열한 현실에 대해서 또박또박, 차분한 목소리로 전해주신다.
꼭 입양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기르며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모의 마음에 대해서도 배울 것들이 참 많았다. '사랑'의 과정이 다 그러하듯, 환상이 걷히고 난 자리에는 의지적 행동으로 채워야만 하는 부분들이 생겨난다. 관계의 균열이라고 느끼는 지점이야말로 빛이 스며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닐까 싶다.
P.49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연약함에 있다. 인간은 모든 과정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전능한 신이 아니며, 다급하고 위험한 순간에 자신의 안녕을 먼저 생각하는 존재다.
누군가에게 구원자적인 영향력을 행세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위의 구절을 기억하고 싶다.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할 때야 말로 인간은 홀로 '짐'을 질 수 없는 존재임을, 누구에게도 혼자 '짐'을 지도록 강요할 수 없음을, 서로가 연대해야 함을 알게 된다.
입양에는 '성공'이나 '실패'가 아닌 '여정'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깊이 남는다. 입양의 문제를 개인에게만 짐 지우는 것이 아닌 서로가 짐을 나눠갖자고, 촘촘하고 안전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자며 용기 내 앞장서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