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책가방만 던져 놓고 축구를 하러 나간다. 저녁 6시가 되어야 집에 들어오는데 그날은 30분이나 일찍 들어왔다. 한창 축구를 하고 있는데 학생 기숙사에 사는 한 목사님께서 근처에 총기 사고가 났는데, 범인이 아직 안 잡혔으니 얼른 집에 들어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경찰 인터뷰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고등학교 앞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난 사고였다. 1/20 오후 4시경 누군가가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고 그중 16살 남학생이 죽고, 15살 여학생이 중상을 입었다. 며칠 뒤 용의자가 검거되었는데 피해자와 같은 학교 학생이었다.
올해 들어 미국의 총기사고 소식을 자주 들었지만,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다른 나라 이야기 같이 느껴지곤 했다. 가까운 곳에서 사고가 나자, 그제야 이런저런 기사들을 찾아보게 됐다. 총격범을 제외하고 4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것을 '총기 난사 사건'이라고 정의할 때, 올해 기준 40건의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1월 기준 최고 기록)
일부 전문가는 사회 전반적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한 것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팬더믹의 여파로 재정적인 어려움, 불안정한 일자리, 가족 및 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6살 아이가 담당 교사에게 총을 쏜 것, 기저귀 찬 아이가 총을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면 총기에 관한 규제가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 와서 정말 놀란 것 중 하나는, 법적 거주자는 동네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총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의 안전함이 언제 깨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실이다. 사건 당일, 남편은 사고 난 가게가 아닌, 근처 다른 햄버거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사고가 난 그 시각, 그곳에 있었더라면 어떡할 뻔했나 하는 아찔함과 동시에 사건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와 목격한 이들의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타인의 비극과 고통을 글로 풀어내 쓴다는 자체가 어쩐지 심장 한 구석이 시큰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내가 딛고 선 이 땅의 아픔과 문제를 바라보고 그 애통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우리가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존재인지를 간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