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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Jun 17. 2024

40대 연구원이 노래 만드는 이야기

 1일 1작곡 실화냐....

매번 새로운 독자를 위해서 소개하자면, 

나는 한국에서 희귀한 지리학박사학위라는 걸 취득하고

한 정부산하 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중3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대학교 때는 깔짝깔짝 밴드를 했었다. 

그래도 그 경험이 소중한게, 

여기 저기서 들은 풍월이 엄청나고, 

밴드생활이라는 것이 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30대까지만 해도 먹고 살기도 바쁘고, 

박사 받고, 아이 키우고, 등등 정신이 없다가

일만 하고 살기는 너무 억울해서 

음악을 시작했다. 

다시 일렉기타를 잡고, 

통기타를 사고, 

작은 키보드도 하나 마련하고, 

베이스 기타도 갖다놓았다. 

(대부분 당근에서, 때문에 악기 볼 줄 아는 안목이 조금 중요함)


원래 1인 밴드로 시작했으나

같이 음악하고자 하는 친구가 생겨서 2인 밴드를 결성했다. 


음악을 한다는 건 정말 난관의 연속이다. 

일단 음악을 하려면 무한대의 장비가 필요하다.

(가격의 합 역시 무한대이다.)

위 악기들이야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일단 구매를 마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나름 거금을 들여 자기만의 공간을 임대했다. 

악기들과 장비들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말썽을 일으킨다. 

6개월 넘게 매일 혹사를 당한 기타는 지금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이송된 상태이다. 

일렉이 없을 때는 어쿠스틱으로 연주하며 음악을 만든다. 

일렉에 적응된 손가락이 어쿠스틱으로 연주할 때 아프다. 

평소에 손가락 힘을 위해서라도 어쿠스틱으로 연주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노래도 연습하고, 연주도 연습한다. 

그런데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노래 연습과 연주 연습은 서브이다. 

나는 기타 솔로들 찾아가면서 똑같이 치는 연습을 할 시간이 없다. 

그건 전문 기타리스트들의 일이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보컬이 되기 위해서 연마하지도 않는다. 

보컬리스트의 길은 또 따로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가사와 리듬, 그리고 멜로디가 갖춰진

온전한 곡을 만들어서 

이 밴드에서 그 곡을 라이브로 연주할 수 있는 것까지를 목표로 한다.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모든 것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서 완성된, 라이브가 가능한 노래를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곡은 적어도 내 귀에는 점점 더 좋아져야 한다)


원래 모든 노래의 작사 작곡 편곡까지를 할 생각이었으나

최근에 약간의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작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폭넓게

쓸 필요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약간 문을 열어 두었다. 

(작사 환영합니다. 저작권 등록 가능)

그리고 음악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직 보잘 것 없는 나의 음악과 어떠한 사람의 이야기(작사가)가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사가 있으면 작곡이 쉽다. 

물론 코드 진행도 고려해야겠지만, 멜로디를 붙이면 되기 때문이다. 

그 가사가 주는 느낌이나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막연히 어떤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생각의 구체성을 만들어 준다. 

음악을 만들 땐 라디오 듣기가 좀 괴롭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너무나 세련되게 편곡된,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와 리듬이 라디오 주파수를 타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질투가 나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와, 이런 리듬으로도 노래를 만들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과 이내,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인스타에 떠도는 코드표를 하나 저장해두었는데, 

코드 진행을 정해놓고 멜로디를 살짝 붙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약간은 용감해야 한다. 

내 멜로디가 구리더라도 결국 하나의 곡이 나오려면, 

이 멜로디로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계속 미세조정이 이뤄진다. 

좀 더 예쁘게, 좀 더 재밌게, 좀 더 맛있게 부르기.

어느 순간이 되면 포장지에 포장해서 세상에 내놓는다. 

그리고 다음 걸 만든다.

데모곡이 쌓여간다. 

전체 곡을 공개하진 않았는데, 데모곡이 쌓여가면서 부자가 되는 기분이다. 

얼마 전에 저작권 없는 가사를 뒤지다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 

황진이의 시로 노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윤동주 시인의 시로 노래를 만들면 어떨까? 

왜 이 두 사람뿐이겠어, 세상엔 무궁무진한 가사들이 있는데...


아 참, 

직장에서는 내가 음악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기는 하다. 

특별히 음악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아서.

그런데 언젠가 회사 장끼자랑 같은 판이 있다면, 

자작곡 포함해서 몇 곡 부를 의향은 있다. 


음악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음악을 하는 시간만큼은 3-4시간씩 쉬지도 않고 몰두해서 일을 하게 된다. 

녹음을 하면 틀린 부분을 찾아서 계속 고치게 되고, 

작사, 작곡을 하면 음과 가사를 계속 바꿔가면서 부르면서 좋은 걸 찾게 된다. 

그러면서 몇시간을 온전히 음악에만 몰두하는 것도 좀 신기하긴 하다. 

요즘엔 백킹하는 기타를 놔두고 기타솔로를 넣는 재미에 빠졌다. 

예전부터 한국음악은 외국음악에 비해 악기들이 너무 '조연'만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내 음악인데 알 게 뭐야...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말하자면 기타와 보컬이 협연하는 방식으로

(물론 잘 못 만들면 매우 촌스럽지만)

만들어보니 (내가 듣기엔) 제법 괜찮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66319026

그냥 시작하는 게 조금 어려워 보인다면

이 책 한 권 정도 읽으면 누구나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윤종신은 팥빙수 레시피를 가지고도 노래를 만들었는데, 

세상에 널린 것이 가사이고,

누구든 흥얼거리면(즉, 멜로디를 정확하게 확정만 할 수 있다면)

노래가 된다. 

아쉽게도 이 포스팅에서 내가 만든 음악을 들려드리지는 않는다. 

나중에 음원사이트 등에 유통될 때 별도 포스팅으로 소개하기로 한다. 


혹시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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