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부르고 만들고....
엄청 오래 전부터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별 생각 없이, 'sing a song'과 'writer'의 조합이라고만 생각했다.
singer-song writer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란!
그런데 미국 음악 다큐보다가 더 큰 충격을 받았는데
어떤 사람들은 singer를 싱어라고 하지 않고 '싱거'라고 발음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often을 '오f픈'으로 발음하느냐, '오프튼'으로 발음하느냐 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각설하고,
작곡하다는 뜻의 'compose'란 단어가 있지만,
영어에서 write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곡을 쓰는 것은 사실 노래를 외워서 부르는 것보다는 고차원적이지만,
학교 다닐 때 기본적인 음악지식을 익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곡을 잘 쓰는 것'은 다른 얘기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 모두 로니 콜먼과 같은 보디빌더가 될 수는 없지만,
건강을 위해 운동하다가
전문성이 조금 쌓이면 보디빌딩 대회도 나가보고 하는 것처럼.
올림픽 나가서 1등할 목적이 아니라도
마라톤에 도전해볼 수 있는 것처럼.
곡을 쓰는 것 역시,
빌보드 차트 1위를 하지 못 하더라도 도전은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얼마 전부터 꾸준히 곡을 쓰고 있고,
동시에 '노래를 잘 만드느 것'뿐만 아니라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발성과 노래 이론을 공부하면서 연습하고 있다.
운동도 그렇지만, 몸을 사용하면서 하는 모든 행위(음악과 체육이 대표적인데,
어떤 의미에서 영어도 마찬가지)는 몇 가지 특성이 있는 것 같다.
1. 노력을 하면 느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2. 생각보다 잘 늘지 않는다.
3. 엄청 장기적으로 했을 때야 비로소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3이 중요한데, 한 번 차이가 생기기 시작하면 일반인과의 거리는 매우 커진다.
턱걸이도 처음에 하나도 못하다가
팔을 쫙 펴고 10개를 할 수 있는 시점부터는 분명이 몸이 달라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쩌면 노래는
운동보다 훨씬 섬세하고,
심지어 듣는 사람이 그 퀄리티를 결정하기 때문에,
체육보다도 나에게 더 큰 도전인 것 같다.
그리고 세상 천지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SNS를 켤 때마다 주눅이 든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고음을 잘 내고, 안정적으로 좋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데 관심이 있다.
몇 개월 동안 노래하면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도 사실은 겪는 중이다.
요즘은 참 세상이 좋아져서 전문 가수들이나 뮤지컬 배우들을 지도하는
보컬트레이너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이런 저런 팁을 준다.
이것 저것 다 따라해봤는데, 개중엔 도움이 되는 것도 있고,
고개가 갸우뚱 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공부도 마찬가지, 영어도 마찬가지, 운동도 마찬가지로
자기에게 맞는 방법은 따로 있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시도 하면서 working 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노래에 대한 내 고민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고음이고 다른 하나는 '좋은 소리'이다.
보컬 트레이너들의 수많은 팁들을 실행해 보았고,
실험 결과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1. 립트릴
입술을 부르르 떨면서 공기를 내뱉다가
연습이 되면, 소리를 내면서 입술을 부르르 떨어본다.
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목풀기 방법으로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2. 풍선불기
풍선이 없다면 빨대 같은 걸로 불어도 된다.
이건 노래뿐만 아니라 목소리를 좋게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일단 모든 음성은 호흡과 함께 전달될 때 가장 좋은 소리가 난다.
사회에서 만들어진 여러 습관들 때문에
우리는 호흡 따로 발성 따로 하는 경우가 있다.
호흡과 함께 발성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때 풍성불기, 빨때 불기와 같은 훈련이 도움이 된다.
포인트는 볼을 빵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3. 발음
처음 보컬트레이닝 강의를 들을 때
고음 올라갈 때 발음을 약간 다르게 하라는 팁을 들었다.
처음에는
"이거 사이비 아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심,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윤종신은 정말 발음을 또박또박 하게 하면서 노래한다.
그 덕분에 가사가 잘 전달되어 좋은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훈련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고음이 되어야 한다.
고음이 되면, 그 다음에 가사를 또박또박 들리게 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애초에 윤종신 노래 고음이 다 올라가지 않으면,
윤종신과 같은 감동을 주기엔 실패한 것이 아닐까?
각설하고,
고음이 들어가는 자리에 이상하게도 꼭 '아'가 많다.
그런데 고음으로 갈 때 우리가 흔히 하는 '아'라고 발음하면
고음이 잘 안나온다.
오히려 "어"에 가까운 "아"를 해야 한다.
그거 있잖아 그거.
성악가들이 "아아아아아(도미솔미도)" 이렇게 할 때,
딱 "아"아 아니라 약간 "허" 같은 느낌의 "아"
이렇게 해야 머리를 울려서 내는 소리인 '두성'(head voice)에
접근하기 유리하다.
이건 정말 비교적 많은 연습을 하다가 최근에
알아낸(그 분들의 말이 맞았구나, 하고) 사실이다.
(진작 들을 걸... 하는 생각이..)
4. 가성 연습
성대가 안 붙은 상태에서 나는 소리가 가성이다.
약한 소리지만, 가성은 분명 고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초고음은... 가성 말고는 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진성에서 가성으로 바꾸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한다.
이걸 성구전환이라고 하는데,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요들송을 부르면서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5. 보컬프라이와 성대접지
거의 모든 노래의 핵심은 2옥타브 미와 시 사이의 음을 어떻게 내느냐에
달려있다. 물론 3옥타브 도레미를 왔다갔다하는 헬곡들은 예외로 한다.
2옥타브 시까지만 안정적으로 내도 시중에 웬만한 곡들은 소화가 된다고 본다.
이 때 자신의 고유 음역대가 2옥타브 시까지면 좋겠지만,
보통 남자들은 2옥타브 미만 넘어가도 목이 컬컬하고 솔 이상으로 가면
목소리가 커지면서 듣기 힘든 목소리로 변하게 된다.
이 구간을 빠사죠 구간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노래 부르기 힘든 구간이다.
그 때 결국 우리 흔히 말하는 믹스보이스(mixed voice)를 사용해야 하는데,
옛날에는 이걸 '반가성'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일부 성대가 접지되면서 나는 소리기 때문에
약간의 오해의 소지도 있는 것 같다.
이게 이두박근, 삼두박근 처럼 눈에 딱 드러나 있는 근육이 아니기 때문에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암튼 성대를 일부 접지하고 나머지는 접지를 안하면서 이 반가성이라는 소리가 나게 되는데
이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훈련 중 하나가
보컬프라이이다.
프라이는 지지직 끓는 소리, 가수 윤도현이 이걸 잘 쓰는 데,
목소리가 안테나 끊어지는 것처럼 지지직 하고 나는 소리를 의미한다.
영어로 말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보컬 프라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옆길로 새는 얘기긴 한데,
영어를 쓰면 자연스럽게 약간 노래를 잘 하게 되는 효과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영어는 발음이 배에서부터 출발해야 나갈 수 있는 소리가 많고,
음의 높낮이가 있다.
이런 소리를 일상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보컬 프라이 같은 훈련도 일상적으로 되는 것이다.
암튼, 한국어 쓴다고 해서 노래 못하는 건 아니니 넘어갑시다.
어쨌든 이 보컬프라이를 연습하다 보면
믹스보이스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한다, 실제로 약간 그런 것 같고).
보컬 프라이의 원리는 성대를 일부만 접지시킨 상태에서 공기를 내보내는데 있다.
이 연습 역시 빠사죠 구간을 통과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필자의 경우도 약간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
결국 고음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것이 목적이다.
좋은 소리가 '큰 소리'가 아님에 유의하자.
고음에서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정도로 성대를 콘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다들 득음하시길 바랍니다..
노래 한 곡 올립니다
강산에의 라구요
https://www.youtube.com/watch?v=iaoB8m87w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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