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금씨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태섭 Mar 09. 2021

코로나 시대..감염병 관련 읽은 책들

금태섭의 <금씨책방> 48

코로나 사태가 번져나가던 시기에 읽은 수많은 책 중에 일부...는 아니고 감염병 관련해서 읽은 책 전부에 대한 서평 ㅎ


1. "The Hot Zone", Richard Preston 지음, Anchor Books


1994년도에 나온, 이 동네에서 레전드 격인 책.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실제 사례를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게 썼다. 어느 정도 흥미진진한가 하면, 다음에 소개할 책인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에 등장하는 감염병 전문가들 중 상당수가 "저는 '핫 존'을 읽고 이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라고 할 정도. 재미도 있고 초베스트셀러가 되어서 엄청 팔리기도 했다고 한다.


단점이라면 에볼라의 위력을 실감나게 설명하려고 하다가 그랬겠지만 뻥까지는 아니라도 과장이 좀 섞여 있다는 것(특히 에볼라로 사망하는 과정의 묘사가 그런데 뒤에 책에 등장하는 전문가들 말로는 사람이 그렇게 막 녹아내리고 그러지는 않는다고 한다 ㅋ).


그래도 역시 재미있고 현장 취재가 잘 된만큼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에볼라가 발생한 아프리카 자이레의 지역 정치인이 미국 질병관리국 CDC에서 찾아온 의사들에게 하소연하는 장면, 번역은 내 맘대로) 


"'여기 상황이 진짜 안 좋습니다.' 그가 (미국에서 온)의사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소금이나 설탕을 입수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울음을 터뜨릴 듯 목소리를 떨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심지어 맥주도 구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별4개 ★★★★



2. “인수 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데이비드 콰먼 지음, 강병철 옮김, 꿈꿀자유


현재까지 나온 책 중 감염병 분야에 대해서 가장 종합적이고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2014년에 쓴 책을 메르스 사태 중인 2017년에 번역, 출간했는데 올해 2월에 개정판이 나왔다. 코로나 관련해서 감염병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은 이 책 한권만 읽어도 될 듯.


여러 가지 지점에서 감탄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먼저 광범위한 취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발로 뛰어서 쓴 책’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아프리카 정글에서는 직접 바이러스를 찾는 탐험에 동행하기도 한다. 취재비용을 누가 냈을까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


글솜씨도 빼어나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부분은 상세하면서도 쉬운 설명이 있고, 실제로 확인할 수 없는 감염병 전염 경로에 대해서는 소설에 가까운 시나리오를 제시하는데 모두 설득력이 있고 재미도 있다. 번역도 매끄럽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에서 놀라게 되는 것은, 2014년에 나온 책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음번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해놓은 점.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내용인데 보고 있으면 진한 안타까움이 든다. 이렇게 미리 경고가 있었는데 적어도 초강대국들은 대비를 했었어야 하지 않나.


별 5개 ★★★★★



3. “현대 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 제임스 르 파누 지음, 강병철 옮김, 알마


의학과 관련해서, 우리가 사는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대발견들을 나열한 후에(예를 들면 항생제의 발견) 의학사 전체를 조망한 책


단순히 사실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나름의 그림을 제시하는데 저자는 중대한 의학적 발견은 이미 다 이루어졌다는 비관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읽다보면 1960년대 이후에 사실상 정체되어 있(다고들 하)는 물리학의 역사가 떠오르고 코로나의 백신은 물론 치료제의 발견도 쉽지 않겠다는 불길한 느낌이 들게 된다. 일반적으로 과학에 대해서 떠올리는 이미지와 다르게 의학사에 있어서 중대한 발견은 거의 대부분 우연이나 ‘이것저것 다 해보기’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역시 재미있고 유익한 책.


별4개 ★★★★



4. “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 싯타르타 무케르지 지음, 이한음 옮김, 까치


감염병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만병의 황제’인 암의 역사를 집대성한 책. 전문가 포함 자타가 공인하는 암에 관한 최고의 책(이라고들 한다). 앞에 소개한 의학사를 개별 질병에 적용한 느낌이 든다.


고대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암세포를 근절해야 한다는 이유로 광범위한 절제술을 행하던 시기에 대한 설명과 비판부터 소아 백혈병 치료를 통해서 항암제가 나오게 된 역사, 최근의 암 치료 현장의 묘사까지 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받을 때 이런저런 책들을 사다가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몰랐던 전후관계와 맥락이 이해가 갔다.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잘 읽힌다.


별5개 ★★★★★



5. “암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찰스 그레이버 지음, 강병철 옮김, 김영사


이 책은 무케르지의 책이 나오던 때(2011년)까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면역항암제’가 향후 암 치료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 것이라는 내용인데... 그냥 그렇다. 앞서 읽은 “현대 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에서 유전자 치료를 비롯해서 새로 나온 방법들에 대한 비관적인 설명을 읽어서인지 그렇게 설득력이 있는지 모르겠고... 조금 지루함 ㅜㅜ


별2개 ★★



매거진의 이전글 2019년에 읽은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