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카페 운영을 시작하게 되다.
학교 매점이 사라졌다. 단지 계약기간이 끝난 탓일까, 아니면 이 역시 코로나19의 여파였을까. 더 이상 쉬는 시간마다 매점 바깥까지 늘어선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빈 공간을 두고 어느 날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특수학급 학생들이 카페를 운영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주셨다.
기뻤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한 공간을 특수학급에 선뜻 내어주신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하지만 귀찮기도 했다. 그 실을 꾸며야 할 일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막막했다. 나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는 것 말고는 커피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전에 근무했던 특수학교는 장애학생들의 직업교육을 중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여서 카페테리아도 있고, 마켓을 운영하며 커피를 팔고도 있었다. 그 곳에서 나도 배우려면 충분히 배울 수도 있었겠으나, 담당교과가 음악인 나는 교과를 핑계로 직업교육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터였다. 그런데 일반고에서의 카페 운영이라니… 사실 귀찮음보다 막막함이 컸다.
출장을 내고, 교장선생님께서 연결해주신 학교에 도착했다. 특수학급에서의 수업 작품들로 꾸며진 아늑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시며 나의 궁금증들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를 나누어주셨는데, 모두를 핸드폰에 줄줄 메모하며 들었으나 그 중에서 가장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던 말씀은 바로 이것이었다.
저는 커피를 안 마셔요.
나는 적어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니 사정이 훨씬 낫지 않은가 말이다. 배울 관심은 없었지만, 나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를 즐겨 마시며, 있어보이고 싶어서 드립 커피도 마셔보며 나름 원두의 종류를 알아가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다. 물론 내가 잘 알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겠으나, 이번에는 왠지, 교사인 나도 잘 모르지만 함께 배워가보자고 말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약 1년간 카페를 운영해 본 지금, 결론적으로는 그 때의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카페 운영의 본격 준비 이야기를 이어서 써 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