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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am Nov 02. 2021

어느 학교가 좋니?

특수학교, 특수학급 배치에 관한 자기 결정권

2개의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첫 번째 특수학급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다.

특수학교에서 근무할 때 생각했다.

“이 녀석은 특수학급 가도 잘할 것 같은데,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열어주고 싶다!”

그리고 특수학급에 있는 지금은 때때로 생각한다.

“이 아이가 특수학교에 갔더라면, 더 많은 교육이 집중되어 훨씬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을 텐데….”

물론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니다.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장애에 따른 차별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이야기를 장학사님 앞에서 오픈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애의 중증과 경증으로 배치를 단정할 수 없고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것은 정말 정답이다. 선택권 존중!


Y이야기

우리 반의 Y는 2학년 때부터 학교에 가기 싫다고 집에서부터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차츰 학교에 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결석도 생겼다. 억지로 학교에 온 날, 아이와 마주 앉아 물었다. 왜 학교에 오기 싫은지를.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는 원적반(학생이 소속된 일반학급) 있는 시간이 싫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고,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Y는 한글을 잘 못 읽는다. 보통의 아이들도 다수가 책상에 엎드려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 지금의 인문계 고등학교 교실에 앉아있는, 한글 조차 떼지 못한 아이의 무력감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그래서 원적반에 가지 않아도 좋으니 학교에는 잘 오기로 약속을 하고 특수학급에 온종일 있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설득해서 음악, 미술 수업에는 조금 참여해보기로 했다. 사실 자신에게 맞는 수업이 주어지면 너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Y이기에, 더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누구의 선택권인가

Y는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게 될지 알았을까?

Y는 이곳이 아니면 다른 곳은 어떤 곳들이 있는지 알고 있었을까?

Y는 어떤 곳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을까?

선택권은 먼저 본인에게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장애 학생들에게 배치의 선택권은 과연 얼마나 주어지고 있을까?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해서, 부모님의 편의 또는 욕심, 혹은 무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형식적인 권리가 아니라,
진짜 권리로!


부모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

0세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정할 때도 아이를 데리고 가서 아이가 원의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 지켜보고, 선생님과의 관계도 살펴보곤 한다. 부모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직접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보고, 아이의 반응을 살펴보셨으면 하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집, 유치원 입학 상담을 갈 때도 이곳저곳을 다녀보고 정하듯, 아이와 함께 특수학교, 특수학급을 고루 둘러보고 정해 보시기를 바란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 대한 편견으로, 누구에겐가 들은 말 만으로 어느 하나를 배제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린다. 내 아이에게는 또 다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모든 경험을 직접 해보고, 언어로든 표정이나 태도로든 자신이 직접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장애학생 본인 선택권 존중을 위한 제언

정책적으로도, 장애학생들이 입학이나 전학 전에 일정기간 부분적으로, 혹은 하루 일과정도 그 학교의 생활에 참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방법을 마련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선택을 위해서는 선택지에 대한 인지가 필수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 기회를 주는 것이 기회의 평등이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택권 존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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