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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공팔 Nov 22. 2024

스타벅스에서 남의 스타벅스 일기 들춰보기

카페라떼 숏 사이즈만 먹던 나는 뭐했나...


오전 아들 학교 라이딩 해 주고 일주일 4회가량은 스타벅스에 간다. 딱 1시간 머무른다. 

스벅 이용객 주차가 1시간 무료 이기 때문이다.

책도 읽고 글도 끄적이며 시간을 보낸다.

주차 관리소 할아버님 두 분이 삼사일씩 교대하시는데 두 분 다 내 차번호를 알아보시고 주차증조차 받지 않으신다. 사합니다.

해외에 나가면 꼭 스벅을 간다. 통 낯선 환경에서 스벅은 고향의 노스탤지어 감성을 다독여 준다. 항상 마주하던  분위기(다소간 차이는 지만)와 냄새, 그리고 항상 먹던 맛. 익숙한 것이 주는 안정감이 필요하다.  보수적이다...맨날 먹는 숏사이즈 따뜻한 라떼만 먹는다. 꼭 숏사이즈여야 한다. 에스프레소 1샷에 숏 사이즈만큼의 우유양이 입맛에 딱이다. 톨사이즈의 경우 에스프레소 1샷에 톨사이즈만큼의 우유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약간 맹탕맛이 난다고나 할까...


어느 날은 자주 가는 스벅의 파트너가 나를 알아본다. 여공팔 고객님이시죠? 아 창피해. 어떻게 나를 기억하지. 어디 가나 묻히는 나인데. 날 알아보다니.

또 다른 어느 날은 옆 동네 드라이브스루 스타벅스에 갔는데,  단골 스벅에서 근무하던 파트너가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서로 알은체 없었지만, 우린 서로에게 꽃이 되었다. 너는 에이든, 나는 여공팔.


<스타벅스 일기>는 권남희 번역가님께서 스타벅스에서 일하며 그날그날의 일기쓰신 것을 에세이로 엮은 책이다. 도서관 서가에서 서성이다 스타벅스라는 제목에 꽂혀서 생각 없이 대출했는데, 작가가 권남희 란다.  어 이 사람 일본 소설 번역가 아닌가? 이름이 익숙하네 싶었는데, 그 권남희 작가가 맞았다.


일주일에 4회는 기본으로 들락거리고,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그 나라 스벅은 꼭 가보고야 마는 자칭 스벅의 덕후로서 이 책은 안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작가님 스벅에서 일하며 마셨던 음료와 작가님의 레이더에 포착된 주위 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때그때 작가님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들, 현재의 처지들을 돌아보고 위트를 더해 산뜻하게 마무리 짓는 산문이다. 내 취향에 찰떡처럼 들러붙는다.

이 책은 소장각. 책을 어느 정도 읽다가 반납하고 교보문고로 달려가 구매하고야 말았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이런 순간도 글책으로 만들어내는구나 싶어서, 나는 여스벅 다니며 뭐 했나, 역시 세상엔 난 사람들이 구나 싶다.

나는 우리 선재 변우석이 반겨주는 이디야라도 가서 이디야 일기라도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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