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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안 Jun 09. 2022

riːˈbuːt

reboot

얼마만이지


다시 글을 쓰고 싶어서

내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는 게 생각이 나서


조금은 더 긴 호흡으로 글 쓰는 연습을 하고 싶어서

오래 닫아둔 이 곳을 열었다.


지인들과 주로 글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글을 쓰는 맛이 내 안에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맞아 글을 쓰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었지…

잊고 있었다. 정말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셰프복을 입으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무섭고 엄격하고 날 선 포지션의 사람. 시간이 갈수록 기술이 늘고 상황에 익숙해지지만 이제는 멈추고 싶다.


그토록 열심히 섬세하게 공들여 무언가를 만드는 일의 즐거움이 마음에서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랄까. 내가 제일 좋아하던 일이 그렇지 않게 될 수도 있구나 경험하는 중이다.


동화책을 쓰고 싶고, 그림을 그리고 싶고,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충분한 교감을 하고, 하루하루 산책하는 단순한 일상을 꿈꾸던 나는 대체 어디에 숨어 버린걸까. 이렇게 밀어붙여가며 달리지 않아도 되었는데, 주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일만 하다 보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먹지도 않을 빵과 과자를 매일 만들고

그런데 한 조각 먹으면 맛있기는 하다.

반죽을 잘 한 빵은 아무것도 필요없이 빵 자체로 충분하다. 그 맛을 너무 잘 알지만 이젠 그 맛을 전혀 탐하지 않는 내가 신기할 뿐.


그런 하루하루를 보낸다.

집에만 있어도 충분한 나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고양이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을 본다. 너무 멀지 않은 시간이면 좋겠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이제는 많이 멀어진 집으로 퇴근을 앞둔, 처음 글을 쓰는 것처럼 낯설게 기록하는 오늘.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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