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으로 채워진다는 흔한 말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맞춤한 말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나도 따라 쓴다.
차의 맛을 제대로 내는 일은
참 어렵고 어렵다.
관여하지 않되
주최자가 되는 기분이랄까
그 묘한 경계에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롯이 차 한잔에
전부를 담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다만 통로로서의 역할,
오로지 순간에만 존재하는 야옹쓰
차의 순간을 담는 일
고요함의 소리를 듣는 일
이제서야 차의 맛을 알듯말듯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했다
평생을 해도
늘 처음 같겠지
어제의 차가 오늘도 똑같은 그 차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