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스포츠란 (3)
‘내가 하고 있던 스포츠가 문화였어?’ 또는 ‘스포츠였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스포츠는 우리의 생각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특히 미디어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한 스포츠 경기의 규칙이나 종목 자체에도 변화를 줄 정도로 스포츠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첫째, 스포츠 미디어는 중계방송을 위하여 경기 규칙을 변경하게 하였다. 이는 방송의 시간적 제약성을 극복함과 동시에 볼거리를 보다 많이 제공함으로써 시청자의 흥미를 증대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농구의 4 쿼터제와 3점 슛, 야구의 지명 타자제, 배구의 랠리 포인트제, 골프의 72홀제 등이 있다. 둘째, 스포츠 미디어는 보다 많은 시청자들이 스포츠 중계방송을 볼 수 있도록 경기 일정의 조정에 관여한다. 1988년의 서울 올림픽의 경우, IOC와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주관 방송사인 NBC의 요청에 따라주요 종목의 결승전 경기가 미국 현지의 황금 시간대에 방영될 수 있도록 시간대를 조절하였다. 이에 따라 육상 경기 결승전의 70% 정도가 우리나라 시간으로 정오 무렵에 치러졌었다. 셋째, 스포츠 미디어는 스포츠 기술의 고도화와 일반화에 기여한다. 미디어는 전 세계의 최고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방영하고 이를 축적하는데, 선수들은 이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기술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발전된 기술 이어 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 조성은 선수들의 전문화를 가능하게 하였고, 일반 동호인들에게까지 기술 습득을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기술의 보급과 일반화에 도움을 주었다.
넷째, 스포츠 미디어는 새로운 스포츠 종목을 만들어 냈다. ESPN은 1990년대 후반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묘기 자전거(BMX) 등의 운동을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와 결합하여 규칙을 제정하고 각종 경기를 개최하였다. 이에 따라 이들 스포츠는 현재 익스트림 스포츠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는 스포츠의 상업화와 상품화를 제고시키는 기능을 한다. 다섯째, 스포츠 미디어는 시청자의 편의 및 흥미를 도모하고 방송사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경기 용품을 변화시킨다. 텔레비전 화면상에서 선수나 기구 등의 구분이 용이하도록 유도 경기에 컬러 도복을 도입하거나 탁구에서 눈에 잘 띄는 오렌지색 공을 사용하거나 배구공 색깔을 다양하게 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1].
또한, 미디어를 통한 스포츠 중계는 우리가 직접 경기장에 가서 경기를 관람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시키기도 했다. 방송을 통해 스포츠 경기를 중계해줄 때마다 경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들이다.
관중들은 앉아서 그냥 멀뚱멀뚱하게 경기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관중들은 선수들에게 응원을 한다. 관중들의 경기 관람은 응원문화를 만들었다. 각자 응원하는 팀의 서포터스를 형성하여 응원가를 만들고, 팀을 상징하는 색, 심벌,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는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힘을 주었고 관중들에게 경기를 관람하는 재미를 주었으며 ‘경기를 보러 간다’는 문화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는 스포츠가 여가생활로서의 역할을 하게 했다. 미디어로 인해 현재 우리 삶에는 웰빙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웰빙(well-being)은 영어 뜻 그래도 잘 살기, 사전적 의미로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다[2]. 웰빙 붐에 따라 우리들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한 운동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방송마다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동네에는 주민들이 각종 스포츠를 즐기며 생활 체육과 체력증진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춘 체육관 및 스포츠센터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스포츠 센터의 한 예로 고양 어울림누리는 실내체육을 하는 몸과 마음 닦음터, 축구나 육상 등의 실외 체육을 하는 별무리 경기장, 빙상경기를 하는 얼음마루, 수영 관련 운동을 하는 꽃우물 수영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시설 속에서 시민들은 헬스, 수영, 스케이트, 축구, 달리기, 배드민턴 등을 하는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취미나 건강을 위해 농구, 배구, 수영,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트, 스포츠댄스, 방송댄스, 요가 등을 어린이, 청소년, 성인, 중·장년층 별로 배울 수 있도록 수많은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를 취미, 여가생활로서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듯 예전에는 그냥 운동, 선수들이 하는 경기로 여겨졌던 스포츠는 현재 우리에게 생활체육, 여가생활로서 점차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스포츠가 문화생활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포츠가 문화생활이 된다는 것은 스포츠를 보는 사람, 직접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의미이고 직접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 종목에 대한 선수층이 두터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필자는 생활체육으로서의 스포츠가 확대된다면 앞서 말한 엘리트 스포츠의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렸을 적에 재능이 발견된 선수에게서 교육권을 박탈하고, 운동만 하도록 강요되는 시스템 속에서 집중 훈련을 시키는 인간소외적 환경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 방식이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스포츠에 참여하고 스포츠를 아마추어리즘적으로 생각하며 누구나 선수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더 이상 메달만 많이 따는 스포츠 강국이 아닌 국민 모두가 스포츠를 즐기는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1] www.ybmtedu.com
[2] [네이버 지식백과] 웰빙 [well-being](두산백과)
by 말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