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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Dec 30. 2015

원소스 멀티유즈 시대, 장편소설의 스토리텔링법

OSMU 소고 (2)

소설의 영화화/시나리오의 소설화-  사진출저 : 시네21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53125



소설의 서술방법은 소설이 영화가 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오늘날 독자들은 어려운 이야기보다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는 이야기를 선호한다. 그렇다보니 소설에 있어서도 대중들은 이해가 쉽고 소설에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원한다. 대중들이 원하는 읽기 쉽고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은 영화화되기에도 적합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영화화되는 장편소설의 서술방법은 어떠할까?


영화는 시간 관계상 빠른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영화의 특징에 맞게 오늘날의 많은 장편소설들은 사건을 짧게 서술한다. 또한 인물들의 심리를 문자로 길게 묘사하지 않고 짧은 행동묘사로 보여주며 인물들 간의 대화로 그들의 심리를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또한 일인칭 시점의 소설은 주인공이 독자에게 말하는 듯한 서술방법을 취하여 주인공과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기능을 하도록 한다. 이러한 소설의 서술방법은 독자가 소설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또한 이러한 소설의 서술은 카메라로 인물을 비추어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의 특징에 알맞기 때문에 독자들이 영화와 같은 장면을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짧은 서술과 인물들 간의 대화, 일인칭 시점에서의 서술은 독자들로 하여금 배우들의 연기를 상상하게 하고 스토리의 이해를 쉽게 하여 영화를 위한 소설의 시나리오 각색을 용이하게 한다.


OSMU 사례 - 소설, 영화 완득이-사진출저 : 세계일보 http://m.segye.com/view/20111022000417


김려령의 장편소설 『완득이』의 경우,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작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하기보다 주인공인 완득이의 시점에서 자유간접화법을 사용하여 완득이가 독자들에게 직접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이는 소설 속 인물과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기능을 한다. 독자들은 이러한 기능으로 소설에 쉽게 몰입하고 흥미를 느낀다. 또한 『완득이』에는 대화를 하는 듯한 짧은 대사와 거친 용어들이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짧은 대사와 거친 용어들은 독자들이 소설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고 완득이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한다.( 황영미, 「『완득이』의 서술전략과 영화화 연구」, 『돈암어문학』, 제24집, 2011, p.289) 오히려 짧은 대사와 거친 용어들로 인해 소설의 현실감을 높이고 그에 따라 재미 또한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소설의 서술방법은 영화화되기 쉽게 한다. 카메라가 인물을 비추기 때문에 1인칭 시점의 소설은 대부분 3인칭 시점으로 옮겨가는 것이 일반적이나, 영화 <완득이>는 완득이의 1인칭 시점을 완득이의 독백이나 내레이션으로 처리하며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물론 영화 <완득이> 역시 카메라가 인물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완득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완득이의 독백이나 내레이션을 통해 원작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는 점에서 완득이의 1인칭 시점은 소설의 영화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등장하는 짧은 대사와 거친 용어들은 영화에서는 더욱 현실감 있게 재현된다. 소설 속에서 볼 수 있는 짧은 대사와 거친 용어들은 마치 배우들이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므로 영화로 각색하기 좋은 조건이다.


이만교의 장편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인물들 간의 대화가 소설에서 주를 이룬다. 일인칭 시점의 소설이지만 사건의 서술은 짧고 인물들의 대화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소설의 각 단락은 매우 짧다. 또한 소설의 각 장면에 신 넘버 #이 붙는 것은 사건의 짧은 서술, 인물들 간의 주된 대화와 더불어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소설이 아닌 시나리오를 읽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와 같이 시나리오를 연상시키는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는 이만교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시나리오를 읽는 것과 같은 착각을 넘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이러한 이만교의 장편소설의 특징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만들어지는 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소설 속의 인물이 독특한 캐릭터라면 그 자체로 원소스 멀티유즈에 맞는 영화화가 가능하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 <완득이>가 이러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영화 <완득이>는 김려령의 장편소설 『완득이』를 원작으로 다. 주인공 도완득은 오늘날 사회적으로 자주 거론되는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점과 소설 속에서 청소년의 대표 이미지인 반항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이다. 이러한 소설 속 주인공은 시각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영화에서 그 매력을 한 층 더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소설의 영화화를 이루기에 적합하다. 원소스 멀티유즈시대에 캐릭터가 가지는 특성은 성공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므로 소설 속 등장인물의 독특한 성격은 영화화에 있어 캐릭터 자체로 관객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하다.


2001년에 개봉한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역시 주인공의 독특한 특성을 볼 수 있다. 이만교의 장편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소설 속 주인공인 준영과 연희의 결혼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바탕으로 두 주인공의 연애담을 보여준다. 오늘날 결혼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인공들의 특성은 대중들의 이목을 끌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인물들의 독특성을 보여주는 이만교의 소설은 영화화하기 충분했다고 판단되어진다.


이처럼 서사적인 전개 속에 독특한 인물이 존재한다면 인물의 캐릭터를 부각하여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장편소설 속 인물들의 독특성은 대중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하므로 원소스 멀티유즈 시대에 소설의 영화화는 인물의 캐릭터성에 주목하여 이루어진다.


오늘날 많은 소설들은 하나의 장르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나의 장르 안에 또 다른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 것이다.(이러한 경향은 장편소뿐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 단편에서도 패러디나 패스티쉬를 통해 잘 나타나는데, 랩의 형식을 취한 이기호의 단편소설 「버니」나 취조문의 형식을 취한 이기호의 「햄릿 포에버」 등이 그 예이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 안에 사랑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거나 무협소설 안에 SF적인 요소가 추가되어 있는 것이 그 좋은 라 할 수 있다. 대중들은 어떠한 자극적인 것에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내용의 흐름상 전혀 관계가 없지만 단순히 독자의 흥미를 위해 어떠한 요소를 소설 안에 포함시키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혼성장르 경향은 시각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나타내는 영화에 더욱 흥미로운 소재로 다가올 수 있다.


이응준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 표지


이응준의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은 2016년 북한을 흡수 통일한 남한 사회를 그린 혼성장르 소설로 느와르, 미스터리, 스릴러, 블랙코미디를 혼합시켰다. 이러한 이응준의 혼성장르 소설은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이것은 혼성장르 소설이 소설 속에 여러 장르가 혼재되어 있어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화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장편소설의 영화화가 많이 이루어지는 현 시대에 소설의 혼성장르화는 새로운 변화라 할 수 있다. 영상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대중의 이목을 끌고 그들의 흥미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장편소설의 혼성장르 경향은 앞으로 계속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by 여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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