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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술사 May 03. 2019

파란 병의 등장

-블루보틀, 진짜가 나타났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랬다.


오너경영에 찌든 중소기업보다 매뉴얼적인 차가운 시스템에 돌아가는 대기업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지와 다이렉트 트레이딩과 각종 수료증, 자격증에 도배되는 벽면보다 파란 병 하나 그려놓고 사람에 집중하는 그곳이 더 낫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녀온 사람들은 커피맛이 생각보다 별로라 한다.

맞다. 커피맛은 로스팅 경력이 1년 이상만 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흉내를 낼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3시간 가까운 긴 줄을 서서 오픈 첫날 입장을 했다.

일부 굿즈들은 다 품절이 되었다.


고객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커피에 대한 진심, 사람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예의, 취향에 대한 관심이 이제 소중한 때가 되었다.

쭉정이는 가고 본질만 남을 시대가 왔다.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 노릇 하던 시절은 끝날 것이다.

실력에 비해 각광받던 거품도 걷힐 것이다.

그리고 프랜차이즈는 악이고 개인 로스터리는 선이라는 대립구도는 희박해질 것이다.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숨죽이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력을 갈고닦으며 부족한 자본에 한숨 내쉬며 10kg을 볶기 위해 10배치를 돌려야만 하는 가난한 로스터들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대회 공식 머신을 만져 보지도 못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야 했던 가슴 뜨거우나 순진한 바리스타들에게도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눈의 비늘을 벗겨 본질을 마주할 그날이 마침내 왔다.


WBC 1등 배출에 들떠있던 그 때, 블루보틀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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