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에 닿는 바람 한 자락에도 몸을 웅크렸다. 잔뜩 구부린 몸으로 먼 곳을 바라본다. 너는 어디쯤 갔을까. 이제부터는 혼자 가야 한다며 이곳에 나를 두고 뒤돌아선 네가 점점 더 멀어질수록 마음 한편에 생긴 작았던 구멍이 점점 더 커졌다. 작은 바람이 불어도 선득할 만큼 커졌다. 멀리 가버린 너의 뒷모습은 이제 보이지도 않는데 나는 매 순간 새삼스레 깨달으며 절망한다. 아아, 나는 너를 영영 잃었구나. 다시는 너를 만날 수 없어. 영영. 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