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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균 May 16. 2019

[Q&A] SK와 사회성과 측정

측정을 논할 단계까지의 이야기들

  SK의 사회가치자문위원회로 위촉받았다. 

  우리 시지온이 SK가 시행 중인 '사회성과인센티브'의 수여 회사여서 자문단에 합류한 것이다. 시지온이 사회적 기업으로서는 명확한 자기 기준을 지켜나가고 있고 그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 의견을 보태게 되었다. 


  SK는 전사적인 체질개선을 노력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님은 사회와 동반 성장하는 기업만이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셨고 사회적 가치를 조직 곳곳에 접목하기 위한 지원 조직들을 신설하고 역할을 맡겼다. 


  SK는 Double bottom line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재무제표에 하나의 bottom line을 추가해서 사회적 가치의 증감을 명시하는 방법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기업들의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해준 후에 현금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제는 실행을 통해 사회적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 전략까지 함께 고려되어야할 시점인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조직 곳곳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경제적임과 동시에 사회적이고 철학적이어서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전략을 전문가와 최종 점검한다는 취지에서 자문위원회가 꾸려졌다. 


  첫 회의에서는 전반적인 진단이 진행됐다. 측정에 관한 당위와 계획 등에 관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일단 SK가 제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론이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였다. ㅎ 아무리 우수한 인재들이라 할지라도 해석해서 적용하기 상당히 어렵게 설계되어 있었다. 논의들은 무게감이 있었고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아깝지 않은 주제들이었다. 


 물론 아주 본질적인 의견들도 있었다. 어떤 자문위원 한 분은 끝까지 말을 아끼시다가 마지막에 한 마디 부탁드리니까 '어디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하셨다. A부터 Z까지 다 갖추긴 했으나 뼈만 있고 살은 없는, 어쩌면 뼈부터 다시 짜 맞춰야 될 것 같은 기분은 나도 동일하게 느끼고 있었다.  


  솔직한 내 의견은. 


  SK가 사회가치를 추구하기 전에 고려해야될 가치는 고객 가치라고 생각한다. SK가 설립되었을 때부터 사회적 가치를 고려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창립 철학이 있겠으나 지금까지 고객가치에 집중해서 커온 조직에게 체질개선 수준으로의 변화를 요구한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점진적인 개선을 해나가야 된다. 사내 지표는 절대량이 아니라 상대적 증감에 관한 지표로 설계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실 고객가치를 추구하기에도 벅찬게 지금의 대기업이라는 조직이 아닌가 싶다. 실무진들은 수익만 추구하라고 해도 도전의 연속일 것이다. 물론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는 더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됨은 맞다. 하지만 이것은 혁신적인 신산업을 발굴하기 위해서 문제 해결적인=경쟁력 있는 사업을 시작하는 목적인 것이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조직을 만드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또 SK가 창출하고 싶은 사회적 가치의 대상이 사내를 넘어 사회 전체라면 생태계를 잘 활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조직 내에서의 혁신이 아니라 조직을 지렛대로 활용해서 사회의 다른 조직들과 혁신을 도모해야 규모 있는 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회적 기업과의 협업을 적극 권하고 싶은 것이 내 입장이자 의견이다. 설립 목적에 사회 문제 해결 미션이 있는 사회적 기업들이 더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SK의 각 부서들이 협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은 원시적인 방법이고 비즈니스 모델에 더 깊숙이 관여해서 협업 모델을 찾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생태계와 협업을 통해 발생시킨 사회적 가치는 절대량을 지표화해야 할 것이다. 


  고객가치를 발생시키고 수익을 발생시키는 일 자체가 숭고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 위에 더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자는 노력은 당연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한 사람의 성격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사람이 모여있는 조직과 시스템의 성격, 본질가치를 바꾸겠다는 일은 조금 더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마음이 급한 것도 알겠고 열정적인 것도 알겠지만 말이다. 


  정작 나도 당장 위에 언급한 것처럼 SK와 협업하라고 하면 막막하기는 하다. 관계 설정부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갑을 관계도 아닌 것이, 파트너라기에도 너무 깊은 내막까지 공유해야 될 것이며 우리 시지온은 계속 빠르게 성장하는데 두 조직이 해낼 수가 있을까?.. 방법론은 더 잘 짜 봐야 될 것이다. 


  하지만 해낸다면. 대기업과 사회적 조직들이 더 근본적인 수준까지 협업할 수 있다면 - 우리는 엄청난 사회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서로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다르고 역량이 다르지만 목적이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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